개인의 삶과 시대의 요구가 충돌한다. 그 파열음을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을까. 이를 각기 다른 결로 그린 창작 뮤지컬 두 편을 만나보자.
●뮤지컬 ‘그날들’
청와대 경호원 정학과 무영은 1992년 한중 수교를 앞두고 ‘그녀’를 보호하라는 극비 임무를 맡는다. 한데 수교 당일 그녀와 무영이 사라진다. 30년 후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청와대. 경호부장이 된 정학은 대통령의 딸과 수행 경호원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는다. 이들을 찾아 나선 정학은 무영과 그녀의 흔적을 발견한다.
김광석의 노래를 엮어 만든 창작뮤지컬로 2013년 초연 후 꾸준히 관객과 만났다. 누적 공연 횟수는 600회가 넘는다. 이번이 7번째 무대로, 더 단단하고 강렬해졌다.
뮤지컬 ‘그날들’은 촘촘한 이야기에 화려한 무술 군무를 여럿 배치했다. 케이티지니뮤직 제공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1992년과 2022년 이야기가 교차된다. ‘그날들’,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명곡이 이야기에 매끄럽게 녹아들어 먹먹함을 더한다. 베일이 차례로 벗겨지며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등을 만든 장유정이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원칙주의자 정학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무영이 계산 없이 마음을 나누는 모습과 시대의 수레바퀴에 의해 예상치 못한 운명으로 내몰리는 과정이 대비되며 몰입도를 높인다. 청와대 경호원의 일상, 청춘의 싱그러운 나날 등은 웃음을 자아내며 극은 강약의 조화를 이룬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을 맡은 엄기준 류수영 최진혁 김정현.(위 왼쪽부터) 무영을 연기하는 박규원 윤시윤 산들 유선호.(아래 왼쪽부터) 케이티지니뮤직 제공
정학 역은 엄기준 류수영 최진혁 김정현이 맡았다. 엄기준은 강직하고 빈틈없어 보이지만 아픔을 지닌 정학을 섬세하게 그린다. 무영은 박규원 윤시윤 산들 유선호가 연기한다. 박규원은 밝고 낭만적인 무영을 맑게 소화하며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녀 역은 이지수 박새힘이 맡았다. 청와대 요리를 담당하는 운영관에는 서현철 이정열 고창석이 발탁됐다.
청와대 경호원들이 각종 무술을 펼치는 장면은 시선을 압도한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무술 군무가 배치돼 묵직하면서도 격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8월 23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8세 이상 관람 가능.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
일제강점기, 미국에서 성공한 조선인 사업가 유일형은 독립 운동 자금을 지원한다. 중국 상하이에서 일형이 연 파티에 독립운동가 베로니카와 소년 노아가 뛰어들어온다. 일본군 중좌 야스오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 일형은 야스오를 따돌린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일형을 믿지 못해 떠나고 곧바로 사살된다. 충격을 받은 일형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들기로 한다.
제약회사를 창업하고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유일한 박사(1895~1971)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2024년 초연됐고 이번이 두 번째 무대다.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미국 중국 한반도를 오가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제공
유 박사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미국 전략사무국(OSS)이 주도한 비밀 작전 ‘냅코 프로젝트’ 에서 실제 ‘암호명 A’로 활동했다. 50세에 군사 훈련을 받는 특수 요원에 자원한 것. 냅코 프로젝트는 OSS가 한국인들을 훈련시켜 한반도에 침투시키려한 작전이다. 실행 직전까지 갔지만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중단됐다. 뮤지컬에서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침투 대상지를 한반도에서 일본 본토로 바꿨다.
안전한 삶이 보장돼 있음에도 가족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일형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회사 직원들과 그 가족까지 수많은 목숨이 자신에게 달렸기에 일형은 고뇌한다. 그럼에도 결심하고 나아간다.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에서 유일형 역을 맡은 유준상 신성록 박은태, 베로니카를 연기하는 나하나, 야스오 역의 고훈정.(왼쪽부터) 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제공
일형이 시시각각으로 조여오는 야스오의 감시망을 뚫고 목표한 바를 이뤄내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일형과 그의 오랜 친구 황만용, 야스오가 어린 시절 함께 자랐다는 설정은 갈등을 고조시킨다.
194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스윙 재즈 음악과 춤을 사용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유일형 역은 유준상 박은태 신성록이 맡았다. 베로니카는 김려원 나하나 김수연이 연기한다. 야스오 역에는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가 발탁됐다. 황만용 역은 정상훈 하도권 김승용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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