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 행콕, 서울재즈페스티벌 마지막날 헤드라이너로
재즈에 전자음악 도입한 전설
韓공연 11년만… ‘락 잇’ 음률 떼창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제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재즈 아티스트 허비 행콕이 어깨에 메는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여기서 만나서 정말 기쁩니다. 여러분은 우리 ‘가족’의 일부니까요.”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서울재즈페스티벌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미국 재즈 거장 허비 행콕(86)의 인사에 객석이 함성으로 답했다. 행콕이 한국에서 공연한 건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1962년 데뷔한 행콕은 재즈의 영역을 확장한 ‘현대 재즈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인물. 그래미상을 14차례 수상한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멤버로 활동했고, 이후 솔로로서도 재즈에 펑크와 록, 전자음악을 도입했다. 1973년 앨범 ‘헤트 헌터스(Head Hunters)’ 등 재즈사에 길이 남을 명반들도 많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 더 선명했던 건 나이나 화려한 이력보다 기존 명곡을 현재에 맞게 새롭게 변주해 내는 힘이었다.
공연의 포문은 1962년 데뷔 앨범 ‘테이킨 오프(Takin’ Off)’에 수록된 ‘워터멜론 맨(Watermelon Man)’이 열었다.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키보드가 먼저 흐르고 색소폰과 기타, 드럼이 차례로 얹혔다. 악기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어깨에 키타(keytar·기타처럼 메는 키보드)를 멘 행콕은 음을 밀고 당기며 곡의 흐름을 자유롭게 요리해 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있는 곡”이라고 소개한 ‘액추얼 프루프(Actual Proof)’에선 한층 불규칙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리듬들이 은근히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불협과 자유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피아노와 섬세한 강약을 조절하는 드럼의 조화가 훌륭했다.
후반부 하이라이트는 ‘락 잇(Rockit)’이었다. 1983년 앨범 ‘퓨처 쇼크(Future Shock)’에 실린 이 곡은 행콕이 전자음악과 스크래칭을 결합해 큰 반향을 일으킨 대표작이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리듬은 낡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가사가 없는 연주곡인데도 관객들은 악기 소리를 입으로 따라 하며 떼창하듯 호응했다.
이날 행콕은 키타로 기타와 절묘한 합주를 선보였고, 보코더를 활용해 미래적인 분위기의 음악도 들려줬다. 밴드와 관객의 반응을 즐기며 현장의 흥을 끝까지 끌고 가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모든 연주가 끝난 뒤 무대 좌우에서 번갈아 손키스를 보내며 감사를 표했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은 22∼24일 사흘간 88잔디마당, KSPO돔, 88호수 수변무대,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 등 네 개 무대에서 공연이 이어졌다. 행콕을 비롯해 존 바티스트, 자넬 모네,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 디 새크리드 소울즈 등 해외 아티스트들과 백예린, 에픽하이, 한로로 등 국내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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