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영광과 폐허가 공존하는 꿈의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6일 04시 30분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5〉 파니니 ‘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
건축 지식 바탕 상상 공간 구축
현실에 없는 개방감-깊이 선사

조반니 파올로 파니니의 ‘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 ⓒToledo Museum of Art
조반니 파올로 파니니의 ‘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 ⓒToledo Museum of Art
클래식 음악에서 ‘카프리치오(capriccio)’라는 제목이 달린 곡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말년 오페라 ‘카프리치오’, 니콜로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 등이 그렇다. 기상곡(奇想曲)으로도 불리는 이 음악 용어의 뜻은 ‘기이하거나 독특한 상상을 음악으로 옮긴 곡’. 그런데 18세기 유럽에선 음악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카프리치오 열풍이 불었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된 ‘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1716∼1717년)은 카프리치오 회화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면 속 풍경은 이탈리아 어딘가쯤 있을 듯 느껴지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 영광과 폐허가 공존하는 환상적 풍경이다.

이를 그린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파올로 파니니는 카프리치오 장르를 회화적으로 정교하게 완성한 미술가로 꼽힌다. 1710년대 초반 로마로 이주한 뒤 건축가와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험이 토대가 됐다. 실무를 통해 원근법과 공간 구성 능력을 익혔고, 고대 로마 유적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고전 건축의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는 직업적 훈련은 로마 유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상상력을 자유롭게 결합한 화풍을 다지게끔 했다.

‘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 속 고대 유적이 실제보다 더욱 장대하게 느껴지는 것도 파니니가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다. 거대한 아치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깨알같이 그려진 인물들은 건물의 위용을 돋보이게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파니니의 또 다른 그림 ‘파르네세의 헤라클레스가 있는 유적’에서도 특유의 구조적 과장이 나타난다. 기둥과 벽체는 실제보다 높고 깊게 배열돼 있고, 환상적 분위기를 배가하는 조각상은 공간 구성에 맞춰 임의로 배치됐다.

두 작품을 소장한 미국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은 “관람객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개방감과 깊이를 경험하게 된다”며 “파니니가 건축 요소를 회화적 구성의 재료로 삼아, 건축적 이해를 토대로 상상적 공간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카프리치오#클래식 음악#렘브란트#조반니 파올로 파니니#톨레도 미술관#건축적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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