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는 손바닥 정맥 바이오정보로 탑승하는 반면, 인천공항에서는 안면인식으로 수속이 이뤄진다. 둘 다 신분증을 대신하는 편리한 기술이지만, 같은 국내 공항에서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이용객 입장에서는 번거롭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두 공항의 운영기관이 다른 탓에 스마트 기술이 따로 도입된 것이다. 전형적인 중복 투자 사례다.
운영 기관이 나뉜 구조는 노선 운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제주공항과 인천공항은 국내선 확대 여부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제주∼인천 노선 운항이 중단되는 등 갈등이 이어져 왔다. 결국 대통령 지시가 내려진 뒤에야 5월 중순 운항 재개가 결정됐다. 그동안 제주공항은 김포공항 이용객 감소를, 인천공항은 국제선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 확대를 꺼려 왔다.
제주∼김포 노선은 전 세계에서 항공편이 가장 많은 노선으로, 지난해 제주공항은 단일 활주로로 약 3000만 명을 수송했다. 4개 활주로로 7500여만 명을 수송한 인천공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세계항공교통학회로부터 공항 운영 효율성상을 9년 연속 수상할 만큼 경쟁력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역민과 관광업계의 불만은 크다. 제주공항의 수익이 다른 적자 공항을 지원하는 데 쓰이면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업계와 지역에서는 여객터미널과 활주로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제주공항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우리나라에는 15개 공항이 있다.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하면 대부분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울릉공항 건설도 진행 중이지만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적자를 이유로 공항을 줄이기는 어렵다.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지역 관광과 산업, 연구 기능이 결합된 거점으로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 확산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지방 공항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공항들은 개별 경쟁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살아남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모두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 복지 증진을 목표로 한다. 이제는 기관 간 기능을 나누는 데 그치지 말고 중복된 부분을 정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고 국민 편익 중심의 항공 체계를 구축할 때 공항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요즘 공항공사 통합을 두고 인천공항공사는 물론 지역 시민단체 등이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주변 지역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염려도 이해할 만하다. 인천공항은 최근 4단계 확장을 완료해 연간 1억 명 수용 시대를 열었고, 수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 5단계 확장까지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인천공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북한과 인접한 공역 제약으로 추가 확장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승률도 10%대에 머물러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 주요 허브 공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결국 외형 확대 경쟁보다 수도권을 거치지 않고 지방 공항을 통해 해외로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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