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재개관 언론공개회 참가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 오는 26일 개관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는 겸재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보물) 등 70건의 작품이 전시된다. 2026.02.25 뉴시스
조선 시대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謙齋 鄭敾)은 36세에 금강산으로 향했다. 늦가을로 물든 금강산을 유람하며 힘 있는 바위산과 부드러운 흙산을 13점의 화폭에 담았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당대 문인들이 사랑한 개성의 명승, 박연폭포로 시선을 옮겼다. 둔중한 암벽 사이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는 짙은 먹과 흰빛으로 기록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6개월에 걸친 리모델링을 마치고 상설전시관 서화실을 26일 새롭게 선보였다. 전면 개편은 2017년 이후 약 9년 만. 정선이 청년 시절에 금강산을 묘사한 ‘신묘년풍악도첩(辛卯年楓嶽圖帖)’과 무르익은 노년에 그린 ‘박연폭포’를 포함해 옛 글씨와 그림 70건을 선보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까치호랑이 그림과 일월오봉도도 전시됐다.
바뀐 서화실에선 일반적인 상설 전시와 달리 분기별로 ‘원포인트 기획전’을 열기로 했다. 빛 노출에 취약해 3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서화의 약점을 역으로 활용한 셈이다. 첫 전시로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가 열리며, 5월 4일부터는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가 이어진다.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8~11월)가 뒤를 잇는다.
유홍준 관장은 25일 간담회에서 “계절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이 나오기 때문에 ‘N차 관람’이 필수”라며 “다른 기관이나 개인이 소장한 작품까지 적극 빌려와 선보이겠다”고 했다.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서예 공간은 누구나 알 법한 유명인의 글씨 위주로 구성했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석봉 한호(石峯 韓濩) 등의 글씨가 대거 나왔다. 조선 22대 국왕 정조(正祖)가 붉은 비단에 묵직한 필치로 써 내린 작품이 특히 돋보인다. 부임지로 가는 신하를 격려하며 맡은 소임을 다하길 당부하는 편지가 적혔다. 짜임새 있는 글씨가 은은하게 빛나는 용 문양과 어우러져 위엄을 풍긴다.
전시실 한쪽 벽면을 통으로 채운 ‘옛 비석의 벽’ 공간도 주목할 만하다. 5세기 고구려에서 19세기 조선 후기에 이르는 비석 속 서예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벽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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