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갈팡질팡’하는 색깔의 도형들이 가로 1.5m, 세로 2.1m 크기의 도톰한 한지에 그려져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금색 스프레이 선과 다홍색, 주황색 물감은 묘하게 삐걱대며 어우러진다. 그림을 그린 배우 백현진(사진)이 지난해 발표한 정규 앨범 ‘서울식’에서 “어둡고 하얗고 노랗고 푸르고/희미한 선명한 가물거리는 시간”(수록곡 ‘시간’에서)이라고 역설적으로 노래한 대목이 절로 떠올랐다.
지난해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에서 ‘백 부장’ 캐릭터로 사랑받은 화가 겸 배우, 싱어송라이터 백현진의 개인전 ‘서울 신택스(Seoul Syntax)’가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4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갈팡질팡’을 포함해 그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느낀 소회가 담긴 평면 회화, 비디오 작업 등 30여 점이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장예란 PKM 갤러리 전시팀장은 “서울이라는 공간 속 리듬과 어긋남, 규칙과 오류의 공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어법 또는 구문(構文)으로 번역되는 신택스(syntax)에는 문법(grammar)과 달리 맞고 틀림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품작에선 충분한 여백을 낀 느슨한 구성과 반복적으로 배치된 도형으로 인해 담백한 균형이 느껴진다. 두꺼운 한지에 물감이 스며든 ‘멈춤’(2025년) 등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빼곡하게 쌓아 올리던 예전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흑연과 잉크 등 간소한 재료로 완성한 ‘PW’ 연작도 맥을 나란히 한다. 백현진은 3일 간담회에서 “젊었을 땐 덜 그리면 불안했다. 채우고 채우며 밀도 높은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는 덜 그린 듯한 그림이 좋다”고 했다.
서울을 소리로 표현한 작업이 앨범 ‘서울식’이라면, 전시는 시각적 결과물이다. 그림에는 백현진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4년 책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는 일’에서 “청년 시절에는 서울이란 도시의 모든 게 끔찍이 싫었다. 특히 색깔이 몹시 거슬렸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그 색깔이 볼만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조화롭다고 여겨지는 색감에서 벗어나, 그 어떤 조합이든 익숙해지는 훈련을 최근 수년간 반복했다고 한다. 다음 달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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