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한정석 작가-이선영 작곡가 인터뷰
뮤지컬 아카데미 시절 함께 만들어… 2013년 초연때 객석 점유율 95%
CJ재단 ‘스테이지업’ 지원작 선정… 25, 26일 CJ아지트서 다시 무대에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한 장면.
연우무대 제공
2013년 초연해 지금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 도중 무인도에 고립된 여섯 병사가 주인공. 유일하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인민군 류순호가 정신 이상을 겪자, 국군 대위 한영범과 인민군 이창섭, 변주화, 조동현은 악몽에 시달리는 류순호를 안정시키려 “여신님이 이 상황을 보고 있다”며 달랜다. 이에 ‘가상의 여신’을 의식한 공동의 규칙이 생겨나고, 이들은 함께 생존을 모색하게 된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밝고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당시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이례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2014년 일본에서 첫 해외 공연을 했으며, 2023년엔 중국 현지 제작사 루이위춘하이(睿魚淳海)와 합작 공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에서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이 작품을 만들고 지금껏 이끌어 온 한정석 작가(43)와 이선영 작곡가(43)를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두 사람이 뮤지컬 아카데미를 함께 다니던 지망생 시절에 만든 작품. 박소영 연출가까지 코드가 잘 맞았던 세 사람은 뮤지컬과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감상을 나누며 꿈을 키웠다.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한정석 작가(왼쪽)와 이선영 작곡가. 뮤지컬 아카데미를 다닐 때부터 친분을 맺은 두 사람은 뮤지컬 ‘라이카’ ‘쇼맨’ ‘레드북’ 등도 함께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가난한 아버지가 우유랑 사과를 만 원어치 훔치다 붙잡혔는데, 딱한 사연을 알게 된 경찰이 밥을 사주고, 동네 아주머니가 사과를 건네고, 익명의 이웃이 장을 볼 수 있게 선결제를 해줬다는 기사를 읽고 너무 감동해 공유하곤 했어요. 그러면 두 사람은 진심으로 공감해 주거든요. 이렇게 소소한 뉴스나 좋은 글귀를 수시로 나눠요.”(이 작곡가)
그렇게 공감을 쌓아가던 중, 한 작가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황산’에서 짧게 언급된 일화에서 영감을 얻은 게 작품의 계기가 됐다. 포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다가 ‘여기에 귀부인이 있다고 생각하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격식과 예의를 차리며 인간성을 회복했다는 얘기였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삶의 이유, 열심히 하는 이유를 고민했다. 그러다 때로는 ‘명분’이 가치를 만들어 준다는 걸 생각했다”며 “‘여신님’이란 가상의 인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고 했다.
극으로 만드는 과정에선 특히 ‘보색 효과’를 자주 떠올렸다고 한다. ‘전쟁’과 ‘여신’이란 간극이 큰 두 가지 소재를 어우러지게 하는 과정에서, 음악도 동양적인 스타일부터 포근하고 예쁜 왈츠 등을 다양하게 썼다. 화려한 판타지와 어둡고 참혹한 순간을 자연스럽게 대비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이기에 ‘균형점’을 찾는 조율도 수월했다. 게다가 피드백도 분명했다. 한 작가는 “이거 쓰진 않을 건데 그냥 생각나서 보여준다고 슬쩍 내밀어 보면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써?’ 하고 북돋아 준다”며 “반면 아닐 땐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해 준다”고 했다.
CJ문화재단의 뮤지컬 창작 지원사업 ‘스테이지업’의 첫해 선정작이 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한 작가는 “한 가지 소재가 유행하면 그곳으로 쏠리는 콘텐츠 업계에서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하려면 이런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대표 넘버는 CJ문화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25, 26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열리는 ‘스테이지업: 뮤지컬 갈라 콘서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뮤지컬 ‘홍련’ ‘판’ ‘풍월주’ 등의 작품들도 무대에 오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