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묘미는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식탁이다. 색색깔 나물과 바삭한 전이 풍기는 구수한 향은 없던 입맛도 돌게 만든다. 짧지 않은 연휴, 최근 세계적으로도 열풍인 한식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지난해 1월 이후 출간된 도서 중에서 골라봤다.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
‘매운맛’ 없이 오늘날 한국인의 입맛을 논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고추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세기 이전엔 어떻게 매운맛에 대한 열망을 충족할 수 있었을까.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우리 양념의 기원과 변천에 대해 짚은 책 ‘양념의 인문학’(정혜경, 신다연 지음·따비)은 1611년 조선의 문신 허균(1569~1618년)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도문대작’에는 매운 장을 가리켜 ‘초시(椒豉)’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책은 이를 고추장이 아닌, 초피로 만든 ‘천초장(川椒醬)’으로 본다.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매운맛을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은 고추 도입 이전에도 초피나 산초를 이용해 매운 양념을 만들어 먹었다”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고추의 사용량과 빈도가 다른 매운맛 향신료를 압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원조 미식가
요리 서바이벌 예능 열풍이 거세다. 군침이 절로 나는 음식만큼이나 촌철살인 같은 평가가 재미 포인트다. 16세기에도 조선 팔도의 음식을 통달하고서 비평을 남긴 ‘미식가 선비’가 있었다. 앞서 ‘도문대작’을 쓴 허균이다. “남북을 오가며 맛난 고기든 아름다운 꽃부리든 씹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그는 글에 자신이 경험한 조선의 맛과 멋을 압축시켰다.
이달 발간된 책 ‘허균의 맛’(김풍기 지음·글항아리)은 ‘도문대작’을 “조선 최초의 맛집 지도”라고 평하면서 그 속에 담긴 65개의 음식을 인문학적으로 살핀다. 고소한 봄을 불러오는 생선 ‘웅어’부터 코가 뻥 뚫리는 산갓김치, 고등어 내장으로 만든 젓갈, “혼탁한 세속의 마음을 정화하는 재료”라고 표현한 마늘까지 다채로운 식재료가 등장한다.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이자 국내 저명한 허균 연구자가 풍부한 설명을 곁들여 친절하게 풀어썼다.
●겨울 구미 당기는 냉면
직장인의 발길로 붐비는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은 요즘 냉면 가게 ‘전쟁’이다. 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 등 지역마다 매력 있는 냉면들은 겨울에도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책 ‘냉면의 역사’(강명관 지음·푸른역사)는 이처럼 다양한 우리나라 냉면의 발자취를 톺아본다. 신라 진흥왕이 순행 길에 얼음을 띄운 메밀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을 시발점 삼아 여러 고문헌을 통해 선조들의 냉면 사랑을 살폈다.
책의 ‘별미’는 19~20세기 냉면이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확산한 과정을 다룬 부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평양에서는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조합을 결성해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파업을 일으켰다. 냉면이 외식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반죽꾼과 발대꾼, 앞자리, 고명꾼, 배달부 등 냉면 노동자의 유형도 숫자도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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