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의 맛(‘도문대작’, 조선 미식 선비의 음식 노트)/김풍기 지음/480쪽·2만5000원·글항아리
만화 ‘식객’(허영만 작)의 조선판이라고 할까.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 쓴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번역하고 여기에 저자가 살을 붙였다. 도문대작은 “푸줏간 앞을 지나면서 입맛을 쩍쩍 크게 다신다”라는 뜻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허균은 궁중 연회를 총괄하는 내자시정(內資寺正)을 지냈다. 여기에 임진왜란으로 피란을 했고 중국 사신 영접을 위해 북방을 자주 다녀 전국 각지의 음식에 익숙했던 것 같다. 이 때문인지 웅장(熊掌·곰 발바닥)과 표태(豹胎·표범 태아), 녹설(鹿舌·사슴 혀), 녹미(鹿尾·사슴 꼬리) 등 진귀한 것부터 험한 산골 지역의 것까지 110가지가 넘는 음식이 등장한다. 각 음식에 대한 허균의 설명은 매우 짧지만, 저자가 그 음식의 사회적·역사적 맥락과 옛이야기까지 더한 탓에 읽는 맛이 쏠쏠하다.
식도락가였던 허균이 꼽은 최고의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외가는 강릉인데 그곳에는 방풍이 많이 난다. … 죽을 끓이는데, 반쯤 익었을 때 방풍 싹을 넣는다. … 달콤한 향기가 가득하여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다.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책에 따르면 허균은 피란 중 강릉에서 먹은 방풍죽을 잊지 못해 훗날 요산군수가 됐을 때 방풍죽을 끓이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릉에서 먹었던 죽에 미치지 못하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음식이었다”고 한탄했다. 그러고 보면 역시 ‘시장’이 제일 좋은 반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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