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관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이상적인 공연장’으로 손꼽힌다. 외관은 랜드마크로서 눈길을 끌고, 내부 음향은 또렷하고도 따뜻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개관 직후 첫 리허설에선 달랐다. LA 필하모닉 단원들은 음향 설계사를 향해 “내 쪽에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합을 맞추라는 거냐”고 일제히 항의했다.
그런데 2주 뒤 2번째 리허설에서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단원들은 돌연 “소리가 훨씬 좋아졌는데 어떻게 한 거냐”는 상반된 반응을 쏟아냈다. 음향 설계를 책임진 도요타 야스히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설계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건 연주자들의 앙상블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낯선 콘서트홀에 적응하지 못한 연주자들이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제각기 큰 소리를 낸 게 화근이었다는 얘기다.
‘좋은 콘서트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답을 건축과 음향, 오케스트라 간 관계에서 찾은 책이다. 40년에 걸쳐 세계 콘서트홀 100여 곳의 소리를 설계해 온 음향 설계사인 저자가 일본의 두 음악 저널리스트와 나눈 대화를 풀어냈다. 도요타는 일본을 대표하는 콘서트홀인 산토리홀(1986년)과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2015년), 독일 엘프 필하모니(2017년) 등의 음향을 책임진 이 분야 대가다.
콘서트홀 설계 과정과 ‘이상적인 소리’에 관한 이야기가 솔직 담백하게 담겼다. 무대 위 연주자들이 넓게 띄어 앉으면 객석에서 보기에 크고 멋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소리의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한다. 독일 뮌헨 필하모닉은 서로 소리를 잘 듣는 일이 음악의 본질이라고 여기면서 최대한 가까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다고.
각 장 사이사이에 음향에 관한 상식을 다룬 ‘한 뼘 탐구’를 실어 이해도를 높였다. 좌우 폭이 좁고 천장이 높은 구두 상자 형태로 지어진 ‘슈박스형’ 콘서트홀과 포도밭처럼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형태인 ‘빈야드형’이 그 역사와 소리에 있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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