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애리 “연탄 후원, 봉사는 차가운 얼음을 깨는 작은 바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4일 14시 47분


21년 째 연탄은행 홍보대사 맡아

탤런트 정애리는 “올해 연탄은행 목표가 500만 장인데 절반밖에 모으지 못했다”라며 “어렵고 힘들겠지만 조금씩만이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연탄은행 제공
탤런트 정애리는 “올해 연탄은행 목표가 500만 장인데 절반밖에 모으지 못했다”라며 “어렵고 힘들겠지만 조금씩만이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연탄은행 제공
“차가운 얼음이 작은 바늘로 깨지더라고요.”

20년이 넘게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배우 정애리는 지난해 12월 30일 동아일보와 만나 “어릴 적 어머니가 가게에서 사 온 큰 얼음을 깨는데 꺼내신 건, 큰 도구가 아니고 작은 바늘이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 연탄은행 홍보대사를 맡아온 그는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 사는 ‘그룹홈’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사단법인 ‘더 투게더’를 설립해 국내외 소외계층의 자립을 돕고 있다.

―바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저도 톱이나 망치처럼 큰 도구가 아니라 바늘이 얼음을 깰 줄은 몰랐어요. 얼음 앞뒤로 작은 홈을 내더니 ‘톡, 톡, 톡’ 치면서 깨시더라고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비록 차가운 큰 얼음덩어리라도, 각자 자기만의 바늘을 쥐고 함께 ‘톡, 톡’한다면 깰 수 있다고 믿어요. 어떤 이는 연탄 몇 장 후원으로, 누군가는 봉사로, 또 누군가는 따뜻한 대화로…. 저는 그 바늘 중 하나일뿐이죠.”

―홍보대사는 광고 등 모델로 돕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연탄을 나르시더군요.
“말과 삶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가 안 하고 어떻게 남에게 함께 해달라고 할 수 있겠어요. 기사도 직접 해보고 쓴 것과 안 해보고 쓴 건 너무 다르겠지요. 겨울에는 엄청 바빠요. 그래서 다 갈 수는 없지만, 가능한 시간이 되는 대로 함께 하려고 합니다.”

탤런트 정애리는 “올해 연탄은행 목표가 500만 장인데 절반밖에 모으지 못했다”라며 “어렵고 힘들겠지만 조금씩만이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연탄은행 제공
탤런트 정애리는 “올해 연탄은행 목표가 500만 장인데 절반밖에 모으지 못했다”라며 “어렵고 힘들겠지만 조금씩만이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연탄은행 제공
―연탄은행과의 인연이 20년이 넘었습니다.
“예전에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싫다고 움막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 사연을 접한 적이 있어요. 난방이 안 되니 주전자에 물을 끓여 그걸 안고 겨울을 나시더라고요. 그때 에너지 빈곤 문제를 처음 알게 됐는데, 마침 2005년인가? 제가 진행하던 다른 프로그램에서 연탄은행 대표인 허 목사님을 알게 됐어요. 어르신 사연도 생각나고 해서 제가 필요하면 갖다 쓰시라고 했는데, 쓰시더라고요. 하하하.”

―단체(더 투게더)까지 만든 이유가….
“오랫동안 나눔·봉사 활동을 하며 보니까 큰 구호 단체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큰 곳에서 많은 자본을 들여서 활동하려면 자체 설립 취지와 규정, 세부 사항 등을 검토하느라 의사 결정에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그런데 당장 시급하게 구호가 필요한 곳이 있잖아요. 그런 곳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큰 구호 단체가 대동맥이라면 모세혈관까지 피를 보내주는 작은 단체도 필요하겠다 생각해서…. 벌써 10년 정도 됐네요.”

―봉사, 나눔은 아름다운 중독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돕는다’란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왠지 우월한 사람이 시혜를 베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대신 ‘나눈다’라는 말이 좋아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우리가 누리고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자 아름다운 중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무슨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서 나누고 함께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연탄을 나르고, 아이들과 함께 뒹구는 그 시간이 좋을 뿐이죠.”

#정애리#연탄은행#더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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