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건축, 전통적으로 외부시선 차단… 종묘도 포함”

  • 동아일보

건축역사학회 학술세미나
“종묘, 예 중시한 한양도성의 축… 공간에 독립적 존재가치 부여를”
DDP 유구전시 위치변경 놓고 “서울시, 장소-역사 맥락 존중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은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려 노력했습니다. 공간에 독립적인 존재 가치를 부여하려는 것은 ‘권위 건축’에서 중요한 요소이고, 언제나 지켜져 왔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열린 ‘도시·건축·문화유산’ 세미나에서 조재모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세계유산 종묘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서울시에 개발 압력이 커지면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를 건축 역사학적 관점에서 논의하고자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최근 인근 ‘세운4구역’의 고층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고 있는 종묘의 ‘본래적 가치’에 대한 논의로 시작됐다. 조 교수는 “예제(禮制)의 도시였던 한양 도성에서 종묘만큼 조선의 역사와 사상적 흐름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은 단언컨대 없다”며 “조선 건국 직후 발간된 ‘태조실록’에 경복궁과 종묘는 도성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종묘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유로 ‘조선시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도심과 분리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며 “이는 유산의 가치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준인 ‘완전성’과 ‘진정성’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선 세계유산영향평가(HIA)의 의미와 필요성도 조명됐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중순 종묘 앞 고층 재개발에 우려를 표하며 서울시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HIA를 받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김영수 서울시립대 연구교수는 “HIA는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자가 소통하고 협의하는 과정이지, 평가 또는 심판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특정 행위가 유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약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강화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했다.

종묘와는 별개로 최근 서울시의 역사문화환경 보존 정책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최근 서울시가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부지 내 조선시대 건축 유구 전시장의 위치를 바꾸려고 ‘보존방안 변경안’을 제출했는데, 이는 문화유산의 장소적,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지난달 중순 서울시에 “한 달 이내에 관련 상황을 정리해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달 22일까지도 구체적인 자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울시가 국가유산청,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논의에 나설 뜻이 있다는 내용만 전달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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