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겨울엔 “울면 안돼”… 뿔 달린 악마에게 혼쭐날 수도

  • 동아일보

[컬처 인 오스트리아] 〈下〉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문화
산타 대신 악마 ‘크람푸스’가 주역
염소 털-뿔 장식한 복장 입고 행진
과거 공포 상징에서 축제 주역으로

오스트리아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문화에 따르면 산타클로스 대신 성 니콜라우스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뿔이 달린 악마인 ‘크람푸스’(사진)가 못된 아이들을 혼내준다. 오스트리아관광청 제공 ⓒSalzburger Lungau
오스트리아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문화에 따르면 산타클로스 대신 성 니콜라우스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뿔이 달린 악마인 ‘크람푸스’(사진)가 못된 아이들을 혼내준다. 오스트리아관광청 제공 ⓒSalzburger Lungau
4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 지방의 장크트 볼프강(St. Wolfgang) 마을.

해가 채 지기 전부터 마을 곳곳에 알록달록한 조명이 켜지고, 호수 위에 내려앉은 안개 사이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무로 만든 작은 부스엔 비누와 향초 같은 수공예품은 물론이고 치즈와 향신료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상인들은 언 손을 비벼가며 과일과 향신료를 넣어 와인을 데운 따뜻한 글뤼바인(Glühwein·독일식 뱅쇼)과 펀치를 건넸다.

알프스 산자락을 품은 이 지역 크리스마스의 백미는 어둠이 내려앉은 뒤 시작된다. 교회 앞 호수 위에 높이 16m의 대형 랜턴 조형물이 등대처럼 불을 밝히며 마을을 포근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감싼다. 물안개에 반사된 불빛이 퍼지면 방문객들은 호숫가 난간에 서서 겨울밤의 낭만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의 크리스마스는 유럽에서도 여느 곳과는 확연히 다른 전통을 품고 있다. 이곳에선 산타클로스보다 ‘성 니콜라우스’와 ‘크람푸스(Krampus)’가 더 중요한 존재다. 착한 아이들은 성 니콜라우스로부터 선물을 받지만, 말썽을 부린 아이들은 뿔 달린 악마 크람푸스가 나타나 혼을 낸다는 전통이 전해 내려온다.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보다 12월 6일 ‘성 니콜라우스의 날’을 더 중요한 명절로 여긴다.

중세 시대엔 공포의 상징이던 크람푸스는 이젠 겨울 축제의 주역이 됐다. 특히 가슈타인 계곡에서는 약 100개 팀이 참여해 염소와 숫양의 털과 뿔로 장식한 복장을 입고 행진한다. 이들은 성 니콜라우스와 함께 마을을 누비면서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악을 몰아내는 ‘렘펠른(Rempeln)’ 의식을 펼친다. 다소 거칠 때도 있지만,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축제다.

오스트리아엔 크리스마스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 ‘거친 밤’ 또는 ‘연기 나는 밤’이라 부르는 ‘라우네히테(Rauhnächte)’ 풍습도 이어지고 있다. 이때 어떤 지역에선 ‘로젠(Losen)’이라 불리는 독특한 의식이 치러지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외진 길목이나 교차로에 모여 밤의 소리를 듣고 미래를 점쳤다. 기쁜 노랫소리는 결혼의 징조, 톱질 소리는 죽음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등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며 한 해의 운세를 가늠한다.

볼프강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면 도착하는 ‘장크트 길겐(St. Gilgen)’도 조용하지만 근사한 여행지다. 여기엔 모차르트의 어머니 아나 마리아가 태어난 집 ‘모차르트하우스’가 있다. 모차르트의 누이 나네를이 결혼 생활을 이어간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기념관과 소규모 공연장으로 운영돼 모차르트 가족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오스트리아#잘츠카머구트#장크트 볼프강#크리스마스#글뤼바인#크람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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