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5년간 연재… 독자들 감상문 보내
“영화 몽타주 이론에 한시가 영향
한시는 영화보다 감상하기 쉬워”
20일 동아일보 칼럼 ‘한시를 영화로 읊다’ 연재 100회를 맞은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전통사회의 생활이 담긴 게 한시”라며 “어렵게 느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시 한 구절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10월부터 동아일보에 2주마다 게재한 칼럼 ‘한시를 영화로 읊다’가 20일 연재 100회를 맞았다.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난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햇수로 연재 6년째를 맞았다”며 “매회 칼럼을 온라인에 갈무리하는 독자도 생겼고, 감상문을 보내오는 분들도 있다”며 웃었다.
임 교수의 칼럼은 한문을 낯설어하는 세대가 늘어나는 오늘날에 누구에게나 익숙한 현대 매체인 영화를 매개로 한시를 쉽게 소개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임 교수는 앞서 대학에서 비슷한 교양강의를 했는데 ‘한시는 어렵고 케케묵은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등 호평을 받았던 게 칼럼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임 교수는 “젊은 세대는 꽤 어려운 영화도 곧잘 감상하는데, 한시는 영화보다 감상이 훨씬 쉽다”며 “영화의 감성을 끌어오면 더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대학생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등 원래 영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영화라는 장르는 시작부터 한시와 친연성이 있다고 했다.
“소련 영화감독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이 몽타주 이론을 가다듬을 때 한시에서 기원한 일본 하이카이(俳諧)의 영향도 받았거든요.”
임 교수가 연재한 칼럼에선 거장의 만남이 빈번했다. 5회에선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와 현대의 자장커(賈樟柯) 감독이 함께 고단한 삶에 관한 ‘산수화’를 그렸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와 영국의 린지 앤더슨 감독이 나란히 노년의 삶에서 보물을 건져 올리는 43회도 화제를 모았다. 카메라 워킹과 시인의 시선이 글을 통해 겹쳐지는가 하면, 동양의 미학적 이미지와 서양의 역사적 트라우마가 교차했다.
임 교수는 한시 의상(意象·이미지) 연구가 전공으로 ‘조선중기 한시 의상 연구’ ‘전형과 변주’ ‘나의 장례식’ 등의 저서를 냈다. 그는 “한국의 한시는 중국 시의 영향이 압도적이지만, 변화를 거치며 중국과는 다른 시가 쓰였다”며 “방대한 한국 한시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통시적으로 연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임 교수의 칼럼들은 한시와 영화를 넘나들며 ‘구체적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짙었다.
“과거에 실패한 양반이 남긴 한시는 ‘패배자의 노래’죠. 저는 그런 작품들이 더 와닿습니다. 한시를 통해 지난날에도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고, 그에 대한 답을 어떤 식으로 찾았거나, 또는 답 찾기에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삶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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