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키 7’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 서면 인터뷰
“렘브란트 같은 천재가 내 초상화 망치겠냐”
“우린 둘 다 특별히 잔인한 사람은 아니지만, 확실히 ‘어두운 유머 감각(dark sense of humor)’을 공유하고 있어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미키 7’(황금가지)을 쓴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57)은 봉 감독과 자신의 공통점을 ‘유머’라고 꼽았다. 애슈턴 작가는 16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에선 7번 죽었다 살아나는 주인공을 봉 감독이 17번으로 늘린 것에 대해 “작품을 영화로 각색할 때는 드라마를 더욱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강렬한 죽음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봉 감독을 치켜세웠다.
영화 ‘미키 17’은 알려진대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주인공이다. 봉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2019년)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작품. 추정 제작비가 1억5000만 달러(약 2177억 원)에 이르는 대작으로 이달 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애슈턴 작가과 봉 감독은 영화 촬영 전부터 작품을 두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작가는 “감독이 ‘인간 프린팅(human printing·복제인간이 복제돼 다시 태어나는 설정)’과 같은 소설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큰 관심을 가졌다”며 “봉 감독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기묘한 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흥미를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소설가라면 영화가 원작을 훼손하진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슈턴 작가는 “봉 감독의 각색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는 ‘빛의 화가’라 불리는 위대한 네덜란드 미술가 렘브란트(1606~1669)을 언급하며 “렘브란트가 내 초상화를 망칠까 봐 걱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농담했다. 그는 “봉 감독은 소설이 본질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단 한 번도 별로인 영화를 만든 적 없는 천재적인 감독이다. 실수할 리가 없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예술 형식입니다. 두 작품을 완벽하게 일대일로 대응하긴 불가능하죠. 하지만 영화 예고편을 본 순간, 봉 감독이 제 소설이 지닌 감성과 정서를 스크린에 담아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소설과 영화에서 복제인간 미키는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영원히 생명을 이어가는 삶과 딱 한 번만 사는 인생 중 무엇을 고르겠느냐’고 묻자 우문현답을 내놨다.
“미키가 ‘진정한 불멸’일까요. 아니면 각각의 미키가 ‘한 번의 짧은 생’을 살다가 사라지는 것일까요.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믿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소설 속 미키도 그 답을 찾지 못했죠. 결국 이 문제는 누구나 각자 스스로 답을 내려야 하는 철학적 질문 아닐까요.”
애슈턴 작가는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공식 시사회에 참석했다. 한국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그는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당장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정말 가고 싶다. 초대해 준다면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7일 열리는 북미 시사회 때엔 개인적인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작은 영화관을 빌려서 딸과 딸 친구들 30명을 초대해 함께 ‘미키 17’을 감상할 계획이에요. 물론 레드카펫 행사도 즐거운 경험이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은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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