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발표된 ‘이 곡’, 숏츠 타고 조회수 200만회…재소환된 B급 감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4일 16시 27분


동아DB
“빠졌나봐 빠졌나봐 Lovin’ my boy.”

신나는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일렬로 선 6명의 양팔이 부채꼴로 펼쳐진다. 팔짱을 끼고 멜로디에 맞춰 어깨를 위아래로 흔드는 모습이 재기발랄하다. 박자에 맞춰 춤 동작들을 강조하면서 선보이는 과장된 표정 연기는 웃음마저 자아낸다.

JYP 소속 걸그룹 ‘엔믹스’가 지난해 12월 26일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성내동 로맨스’란 제목의 숏폼(Short-form) 영상이다.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캬라멜(이후 오캬)’이 2011년 발매한 노래 ‘샹하이 로맨스’를 패러디했다. 해당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4일 기준 조회수가 200만 회를 넘었다.

2014년 이후로 더는 활동하지 않는 오캬가 여전히 가요계에서 독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B급 감성으로 성공한 사례를 꼽을 때마다 늘 언급되는 그룹이긴 하지만, 최근엔 아이돌이라면 한번쯤 따라하는 필수과목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부석순과 아이브, 아일릿 등이 올린 오캬 패러디 영상은 모두 조회수가 수백만회를 기록했다. 14년 전 노래가 회자되자 최근 오캬 멤버인 레이나와 나나도 각자 ‘감사의 표시’로 챌린지 영상을 찍어 올렸다. 댓글엔 “드디어 원곡자 등판”, “역시 원조는 다르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위부터) 오렌지 캬라멜이 2011년 발표한 노래 ‘샹하이 로맨스’에 맞춰 춤을 추는 걸그룹 엔믹스와 보이그룹 부석순. B급 감성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 포인트 안무를 갖춘 노래로 유명한 ‘샹하이 로맨스’ 챌린지가 아이돌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엔믹스‧플레디스 유튜브 캡처
사실 오캬는 활동 당시엔 무모하단 반응도 없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군무를 선보였던 애프터스쿨의 막내 라인(리지, 나나, 레이나)이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던 스타일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청순과 섹시, 귀여움 같은 전형적인 걸그룹 컨셉트를 벗어나는 것도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따라 부르기 쉬운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등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가장 성공한 아이돌 유닛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오캬가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지함과 근사함만 추구하는 노래 위주의 요즘 아이돌 세계관과 동 떨어진 가벼운 노래와 춤은 신선함과 편안함을 안겨준다. 뭣보다 독보적인 B급 감성과 포인트 안무 등은 숏폼 생태계에 최적화된 소재란 평가도 나온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이 세련되게 다듬어진 지금 시대엔 나오기 어려운 정서를 대중이 그리워하면서 오캬도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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