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나루터의 풍경 사진[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8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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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의 백년사진 No. 61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흔해진 시대에, 우리 사진의 원형을 찾아가 봅니다.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 사진은 전문가들만이 만들 수 있는 매체였고 하루치 신문 전체에 한 장이나 많아야 두 장 밖에 실리지 않던 희소한 기록이었습니다. 사진기자가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매주 한 장씩 골라 소개하는데 여기에 독자 여러분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사진의 맥락이 더 분명해질 거 같습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1924년 5월 15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100년 전 5월 서울 마포의 강변 풍경입니다.

◇비 속에 든 어선= 어제 마포 한강가에서/ 1924년 5월 15일자 동아일보 2면


● 마포나루는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

서울 마포 나루터의 위치는 현재 주소로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과 용강동 일대입니다. 마포대교 북단쪽입니다. 조선시대 마포나루는 삼남(三南·충청 경상 전라도를 통틀어 이르는 말)에서 서해와 한강을 이용해 올라온 쌀, 소금, 새우젓, 옷감 등 물자가 한양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습니다. 일제 시대 역시 마포나루는 물류의 핵심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설명을 보면 마포 나루터에는 물자를 운반하는 배들 뿐만 아니라 직접 어업에 나섰던 어선들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명맥이 끊어졌지만 서울에도 어부가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류와 시장의 중심이다 보니 먹거리도 발전했는데 포구의 상인과 물건을 사러 나온 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 중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메뉴가 ‘서울식 설렁탕’과 ‘주물럭’입니다. 마포 설렁탕은 국물이 말갛고 담백하며 기름에 갠 다진 양념 대신 청양고추를 볶아서 빻은 다진 양념이 특징입니다. ‘마포 주물럭’은 고기에 간장, 마늘 등 양념을 입혀낸 음식입니다.

이렇게 한강의 나루터였던 마포가 지금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지역)이라고 하는 신흥 부동산의 대명사로 젊은층들에게 인기 높은 주거지역으로 변해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 100년 전 모습과 현재의 깔끔한 모습 사이에는 난개발의 역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20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도시화는 처음에는 제대로 된 계획없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강변 도로 건설, 다리 건설, 그리고 주변 지역의 상업 시설 및 주거 개발이 가속화되고 2010년대부터 주거지역에 대한 재개발이 다시 한번 이뤄지면서 현대적인 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마포 나루터는 한강의 역사와 서울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풍경의 의미

비가 내리는 봄날, 당시 사진기자는 왜 마포 나루터로 카메라를 메고 나갔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루터는 아름다운 풍경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입니다. 도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지만 시대의 구성원들의 일상 모습이 포구에서는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변화무쌍한 풍경은 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에게 다양한 셔터 찬스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배가 들어오고 나가고,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그리고 물건을 어디론가 나르는 사람들 모습을 기대하고 나갔을 수 있습니다. 어부들이 배를 정박하거나 내일의 일을 준비하는 모습도 운좋게 포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기대하지 않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기록하려는 의도에서 카메라를 메고 나갔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최종 지면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은 그야말로 목가적인 사진입니다. 아름드리나무의 늘어진 가지 사이로 보이는 두 척의 어선의 모습이 비오는 봄날의 고즈넉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앵글의 사진을 ‘자연적 프레이밍’이라고 하기도 하고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적 프레임은 주변 요소를 활용하여 촬영 대상을 감싸는 방법입니다. 나무나 문 등의 구조물, 창문 액자 등 자연적으로 제공되는 요소들을 활용하는 겁니다.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는 표현은 사진이라는 게 카메라의 필름이라는 4각 프레임 속에 풍경을 집어 넣는 과정인데 화면 속에 또 하나의 프레임을 넣는다는 뜻일 겁니다.

이런 앵글은 여러분이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촬영할 때도 활용해 볼 만합니다. 풍경 사진을 찍을 때 그냥 저 멀리 산을 찍는 것보다는 내 앞에 있는 나무 가지나 동굴 입구 등을 프레임으로 사용하여 그 안에 풍경을 넣는 겁니다. 도시의 건물이나 구조물 사이로 특정한 장면을 촬영하거나 다리의 구조를 이용해 강이나 도로를 프레임 안에 포함시키는 방법도 좋습니다. 실내에서 인물을 찍으면서 식탁 위에 아이템을 배열하여 배경에 있는 인물을 강조할 수 있고 책꽂이 사이로 방안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앵글을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피사체가 자연 또는 전체 속의 일부라는 느낌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 오늘은 100년 전 서울 마포의 나루터 풍경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특이점을 보셨나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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