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하루키 문장으로 클래식 감상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8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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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2/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홍은주 옮김/380쪽·2만6000원·문학동네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는 야구로 치면 ‘공을 끝까지 잡고 있는 투수’를 연상시킨다. 마지막 한순간까지 소리가 손가락을 떠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번호 61 연주를 듣고 쓴 평이다. 스물아홉 살 때 야구 경기를 보다 문득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하루키다운 문장이다. 당시 재즈 카페를 운영하던 그는 그날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첫 장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년)를 써내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게 된다.

이 책은 덕질의 끝판왕 격인 하루키의 클래식 음반 에세이다. 그의 팬이라면 하루키가 음악(재즈, 클래식)과 야구에 얼마나 진심인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1Q84’(2009년)는 레오시 야냐체크(1854∼1928)의 ‘신포니에타’가 울려퍼지며 시작된다. 여자 살인청부업자인 주인공 아오마메가 ‘작업’을 하러 가면서 듣는 비장한 음악이다.

하루키는 약 60년에 걸쳐 소장한 클래식 레코드 1만5000여 장 가운데 전작(1권)에서 486장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보다 많은 590장을 다뤘다. ‘힘주는 걸’ 싫어하는 하루키 특유의 스타일로 명반에 대한 상찬뿐 아니라 ‘이런 게 왜 우리집에 있을까’라는 식으로 가볍게 접근한다. 자신이 수집한 티셔츠만으로 멋진 에세이를 완성한 ‘무라카미 T’(2021년)와 함께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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