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日 반전운동가의 태평양전쟁 회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6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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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소문 속에 살았다/쓰루미 슌스케 지음·김성민 옮김/304쪽·1만7000원·글항아리

태평양전쟁 발발 직후인 1942년 2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일본 등 적성국 출신 거주자들을 강제 수용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이에 따라 약 12만 명의 일본계 미국인 혹은 일본인 체류자들이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애리조나 등에 건설된 수용소로 이주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 중이던 저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미국을 속속들이 잘 알던 그는 자신의 조국이 패전할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전쟁의 명분도 옳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일본으로 귀환선 탑승과 종전까지 안전한 미국 수용소에서의 거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그는 주저없이 귀국을 결정했다. 일본의 가족과 친구가 자신의 ‘나라’이기에 그 나라가 패배한다면 자신도 그쪽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

이 책은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반전 운동가였던 저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본 회고록이다. 그는 종전 후 마루야마 마사오 등과 함께 1946년 ‘사상의 과학’을 창간하고 반전 운동을 벌였다. 평화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한 ‘9조 모임’에 이어 베트남전 반대 운동에도 나섰다. 그랬던 그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으로 귀국하자마자 징집돼 해군 군속으로 신문을 제작해야 했다. 그는 “62년이 지난 지금 돌아봐도 (귀국을) 후회하지 않는다. 희미하지만 그 자체로 흔들림 없는 사상이란 것도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고 썼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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