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튜브’로 뜨는 파워라이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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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구독자 확보한 북튜버들
에세이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로
기존 작가들도 개인 채널서 홍보
언급 한번에 판매량 10배 늘기도

작가 김겨울이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에서 추천한 책들은 서점가 베스트셀러가 된다. 유튜브 화면 캡처
작가 김겨울이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에서 추천한 책들은 서점가 베스트셀러가 된다. 유튜브 화면 캡처
작가 김겨울(33)은 2017년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개설해 26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뒤 7권의 책을 잇달아 펴냈다. 이 중 지난해 11월 펴낸 에세이 ‘겨울의 언어’(웅진지식하우스)는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 예스24 에세이 부문에서 각각 2, 5위에 올라 석 달 만에 1만2000부가 팔렸다. 이 책은 작가가 서문에 “내가 오로지 김겨울로 쓰는 첫 책”이라고 밝힌 데에서 알 수 있듯, 그동안 주로 써온 리뷰에서 벗어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이혜인 웅진지식하우스 과장은 “유튜브 구독자들 덕분에 초반 판매량이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계에서 유튜브를 등에 업은 파워라이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튜브 ‘공백의 책단장’(구독자 6만 명)을 운영하는 공백의 에세이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2022년·상상출판)와 유튜브 ‘유투북 변진서’(구독자 2만 명)를 운영 중인 변진서의 ‘진짜 행복을 찾고 싶은 너에게’(2023년·부크럼)처럼 유튜브 콘텐츠를 바탕으로 에세이를 펴내는 이들도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는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는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기존 파워라이터가 역으로 유튜브에 진출해 고정 독자를 늘리는 사례도 있다. 생물학 분야 석학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70)는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2020년 개설해 68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에 힘입어 그가 최근 1년간 단독 혹은 공동저자, 감수 등으로 관여한 책은 9권에 이른다. 13일 출간된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알라딘에서 에세이 부문 4위에 올랐다. 출판가에선 최 교수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상당수가 그의 책을 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정 열림원 주간은 “유튜브 채널 덕에 젊은 독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유튜버 출신 파워라이터들은 다른 책의 판매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김겨울이 유튜브에서 추천한 교양과학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1년·곰출판)는 20만 부 이상 팔렸다. 독자들이 읽기 부담스러워하는 이른바 ‘벽돌책’도 마찬가지. 792쪽짜리 교양과학서 ‘개미와 공작’(2016년·사이언스북스)은 최재천 교수가 유튜브에서 소개한 뒤 판매량이 10배나 늘었다. 최 교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튜브에서 책을 소개한 이후 출판사들이 1년 동안 팔지 못했던 책을 다 팔았다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이전에 신문 칼럼이나 강연에서 책을 소개했을 때 잘 팔렸다면 이제는 유튜브로 마케팅 파워가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튜버 개인에 대한 구독자들의 충성도가 책 구매로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자기 이름을 걸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에 대한 구독자의 신뢰와 지지가 대단하다. 특히 객관적 평가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며 주관적 평가를 앞세우는 방식이 기존 평론가들의 추천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유튜버 출신 파워라이터처럼 책 광고에만 몰두하지 말고, 좋은 책을 꾸준히 쓰고 추천해야 생명력이 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대중과의 접점이 강한 유튜브와 책이 만나는 접점에 있는 이들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며 “단편적인 지식 소개를 넘어 무게감 있고 의미 있는 책을 소개해야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북튜브#파워라이터#김겨울#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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