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국 GDP가 세계 1위였던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30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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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륭/장훙제 지음·조유리 옮김/508쪽·2만2000원·글항아리

중국 청나라의 전성기로는 강희제부터 옹정제를 거쳐 건륭제까지의 ‘강희-건륭년간’이 꼽힌다. 그중 건륭제의 생애를 다룬 책이다.

건륭제는 실질 통치 기간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길었던 군주다. 재위(1735∼1796년) 뒤 태상황으로 최고 권력을 행사한 3년까지 더하면 총 63년 4개월이다. 이 기간 청나라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해 세계 제일이었다. 건륭제는 청나라 영토를 최대로 넓혔으며, ‘사고전서(四庫全書)’를 편찬하는 등 문화적으로도 업적을 남겼다.

아버지 옹친왕(옹정제)이 강희제의 여러 아들들 가운데 후계자로 간택된 데에는 홍력(건륭제)의 덕이 컸다고 한다. 청고종실록에 따르면 강희제는 열두 살 손자 홍력을 처음 보자마자 호감을 느꼈다. 그의 총명함에 반했던 것. 강희제는 ‘후계자가 어떤 아들을 두었는지’ 중요시했는데, 그런 아버지의 눈에 들려는 옹친왕의 치밀한 계획이 성공한 것이었다.

옹정제가 재위 13년 만에 죽고, 24세에 황위에 오른 건륭제는 황태후와 황비, 외척, 환관의 정치 개입을 철저하게 막으며 권력을 공고하게 다졌다. 어머니인 황태후의 생일엔 앞에서 몸소 춤을 추고 막대한 돈을 쓰는 등 효자 역할을 했지만 황태후가 정치에 나서는 건 철저하게 막았다. 이런 명도 내렸다. “황궁 밖에서 일어나는 일, 자금성 밖에서 들려오는 일은 누구도 태후께 보고해서는 안 된다.” 황태후에게 들어가는 정보를 차단한 것이었다. 어느 날 황태후가 한 사찰을 수리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태후를 모시는 태감(고위 환관)들을 모조리 불러 모아 족치기도 했다. 건륭제가 황위에 오르기 전 다양한 역사서를 공부하며 태후의 힘을 빌려 일을 도모하려는 무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건륭제도 말년에 사치를 부렸고, 고집불통에 기고만장해서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고 스스로 그 성세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중국의 역사학자가 펼친 강연을 정리한 책이어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느껴지고 읽기가 쉽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중국 청나라#gdp#건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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