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와 집시 기타, 호흡 맞추니 깊은 울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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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박주원 28일 ‘투 기타즈’ 공연
“음색 다르지만 놀랄 만큼 합 잘맞아”

기타리스트 박규희(왼쪽)와 박주원은 “소리의 합은 물론 유머 코드까지 잘 맞다. 서로의 강점이 ‘테트리스’처럼 완벽히 만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기타리스트 박규희(왼쪽)와 박주원은 “소리의 합은 물론 유머 코드까지 잘 맞다. 서로의 강점이 ‘테트리스’처럼 완벽히 만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짧은 노래인 ‘카바티나’ 선율이 연주되자 스튜디오는 순식간에 지중해 금빛 햇살로 물드는 듯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8)와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43)이 손끝으로 섬세하게 빚어낸 선율은 여느 대형 악기에 견줘도 아쉬움이 없을 만큼 울림이 컸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8일 열리는 두 사람의 합동공연 ‘투 기타즈’ 중 한 대목이다. 2021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 당시 기타 공연으로는 드물게 전석 매진돼 화제가 됐다.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13일 두 사람을 만났다. 박규희는 2008년 벨기에 프렝탕 국제기타콩쿠르에서 아시아 및 여성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박주원은 아이유,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과 작업한 스타 기타리스트다.

‘천생연분’이란 말에 펄쩍 뛰며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는 이들이지만 기타와 함께한 궤적은 마치 운명처럼 닮아있다. 데뷔 시기(2010년)도, 기타를 난생 처음 손에 잡은 때(1989년)도 같다. 바이올린에도 발을 들여봤지만 결국 기타 외길을 택한 것마저 같다. 박규희는 “‘투 기타즈’는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LG아트센터로부터 합동공연을 제안받은 데서 시작됐다”며 “언젠가 같이 공연하자고 기약 없는 연락만 주고받다 진짜로 만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박규희(오른쪽)는 “기타 앙상블 가운데서도 듀오 연주는 가장 완벽한 조합으로 여긴다. 객석 마지막 줄에 앉은 관객에게까지 감동을 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박규희(오른쪽)는 “기타 앙상블 가운데서도 듀오 연주는 가장 완벽한 조합으로 여긴다. 객석 마지막 줄에 앉은 관객에게까지 감동을 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공연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친숙하고 서정적인 클래식 음악과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구성된다. 그중 ‘겨울날의 회상’은 두 사람이 가장 행복하게 연주하는 곡이다. 박주원은 “서정적 표현에 강한 규희가 연주할 때 귀가 더 즐거웠다. 주된 선율을 규희에게 맡기고, 나는 반주를 받쳐주는 식으로 편곡했다”며 “서로 장르가 아예 다르다보니 마음 편히 다양하게 도전한다”고 했다. 지난해 성악가 유채훈이 게스트로 출연했고, 올해는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가 호흡을 맞춘다. 공연에서 선보이는 곡들은 미니앨범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임에도 합동공연은 성장의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공연을 통해 데뷔 후 처음 서로의 장르에 도전했다. 박주원은 “작고 부드러운 소리로 공간을 압도하는 ‘중원의 사령관’같은 규희를 보고 많이 배웠다. 제가 이전에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같기만 했다면 이젠 여리고 예쁜 소리도 낼 줄 안다”며 웃었다. 박규희는 “정확성에 골몰한 과거와 달리 주원 오빠와 팝, 남미 음악 등을 연주하며 그루브감을 키웠다”며 “어떤 곡이 주어져도 자신의 개성을 적재적소로 녹여내는 그는 ‘센스의 귀재’”라고 말했다.

“가수로 따지면 규희는 성악가, 저는 록밴드 보컬이에요. 장르가 다른 기타리스트가 한 무대에 오르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죠. 그렇지만 놀랄 만큼 합이 잘 맞아요. 공연을 통해 기타의 매력에 빠져보길 바랍니다.”(박주원)

4만~7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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