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라 더 짜릿한 무서운 이야기, 공포소설 작가의 ‘호러 예찬’ [책의향기 온라인]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7월 21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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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공포의 계절이다. 영화관에는 각종 귀신과 괴물이 등장하는 공포 영화가 걸리고 TV에는 납량특집이 방송된다. 평소 겁이 많아 공포물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런 때에는 괜한 용기가 발동해 무서운 이야기에 뛰어들곤 한다. 하지만 친구들이 떠나고 홀로 남은 밤이 되면 공포는 후회와 함께 찾아오고 겁쟁이들은 무서운 이야기와 멀어지게 된다.

‘소름이 돋는다’의 저자 배예람은 이런 겁쟁이들이야말로 호러 장르를 100%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독려한다. 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함정에 충실히 빠지고 긴장감에 실눈만 겨우 뜨며 비명을 지르는 겁쟁이들이야말로 호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좀비와 괴물이 등장하는 공포소설을 집필했지만 본인 역시 겁쟁이라고 밝힌 저자는 ‘겁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저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오고 심장이 뜨거워지며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순간이 얼마나 짜릿한지 말이다’며 호러에 대한 예찬을 이어간다.

한밤중 거실 소파에서 만난 검은 형체와 인터넷 공포 게시판의 괴담, 2000년대 초등학생들을 떨게 한 ‘빨간마스크’와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공포게임들. 저자는 괴담에서부터 공포문학, 공포영화, 공포게임 등 다양한 호러 콘텐츠를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리해나간다. 흔히 ‘나폴리탄 괴담’으로 불리며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규칙 괴담’을 소개하는 장에서는 저자 본인이 직접 쓴 괴담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공포물을 좋아하는 겁쟁이면서 동시에 공포소설 작가인 저자는 호러에 대한 애정을 담아냄과 동시에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고찰하기도 한다. 여성이 원귀(怨鬼)가 되는 대표적인 이야기인 ‘아랑 설화’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왜 귀신은 항상 여자였을까’에 대해 고민하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친구의 죽음 이후 돌았던 괴담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자극적인 것에 매몰되는 콘텐츠에 경계를 드러낸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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