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전시장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들렸다. 커다란 화면 속에서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가 자신의 대표곡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을 연주하고 있었다. 조명이 비친 벽엔 사카모토가 2021년 1월, 20시간에 걸쳐 대장의 30cm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은 뒤 남긴 말이 적혀 있었다.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사카모토의 추모 전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가 13일부터 열리고 있다. 올해 3월 28일, 71세로 세상을 떠난 사카모토를 위한 전시다.
12일 먼저 찾은 전시장엔 사카모토가 생애 마지막 순간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이 벽 곳곳에 적혀 있었다. 지난달 28일 출간된 사카모토 유고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위즈덤하우스)에 나오는 글귀다. 사카모토의 콘서트 영상은 물론이고 한국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과 함께 찍은 사진 등 생전 사카모토의 다양한 모습이 전시됐다.
김범상 피크닉 대표는 “2018년 피크닉 개관 당시 사카모토의 전시 ‘라이프, 라이프’를 개최한 인연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추모의 마음을 담아 무료로 전시를 연다”고 했다.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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