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속내-아픔, 얼마나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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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러브 라이프’ 19일 개봉
후카다 감독 섬세한 표현 돋보여

영화 ‘러브 라이프’에서 다에코(오른쪽·기무라 후미노)가 재혼한 남편 지로(나가야마 겐토)와 처음으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엠엠엠인터내셔널 제공
영화 ‘러브 라이프’에서 다에코(오른쪽·기무라 후미노)가 재혼한 남편 지로(나가야마 겐토)와 처음으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엠엠엠인터내셔널 제공
이혼 뒤 다른 남자를 만나 재혼해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던 다에코(기무라 후미노). 그의 일상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게이타가 불의의 사고로 죽으며 산산조각난다. 가족들은 모두 게이타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아이가 없는 세상에 익숙해지려고만 한다. 심지어 다에코가 재혼한 남편의 ‘진짜 아들’을 낳아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까지 여기는 듯하다. 다에코가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여길 때 사라졌던 전남편이 돌아온다.

가까운 가족이라도 ‘눈을 보고’ 대화하지 않으면 사실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알 수 없다는 걸 섬세하게 표현한 일본 영화 ‘러브 라이프’가 19일 개봉한다.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영화는 속마음을 도통 드러내지 않는 다에코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는 재혼한 남편 지로(나가야마 겐토)를 사랑하지만 눈을 맞추고 속 깊은 대화를 하지는 않는다. 재혼한 자신을 ‘중고’라 부르는 시아버지에게도, 데려온 아들 게이타 말고 “진짜 손주를 안겨 달라”는 시어머니에게도 미소를 지을 뿐이다. 게이타가 죽었을 때마저 가족들에게 장례를 잘 치르게 도와줘 “감사하다”며 예의를 먼저 차린다.

그런 다에코의 감정이 유일하게 폭발하는 장면은 한국인인 전남편 박신지(스나다 아톰)가 게이타의 장례식장에 나타나서 울부짖을 때다. 다에코와 아들을 버려두고 집을 나간 그는 장례식에 찾아와 다에코의 뺨을 때리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며 자해까지 한다. 다에코는 그에게 맞고 처음으로 소리내 엉엉 운다. 전남편이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에코는 그에게 빈집을 내어주며 게이타의 죽음을 함께 애도한다. 다에코의 마음을 움직인 건 “게이타의 죽음을 극복할 필요는 없다”는 그의 위로다. 이야기는 마음의 진실과 관련된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인간의 죄와 욕망, 후회 등을 그린 ‘하모니움’(2016년)으로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후카다 고지 감독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러브 라이프’에 대해 “사람 간의 엇갈림, 거기서 생기는 아픔이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후카다 감독은 14일 내한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청각장애가 있는 전남편 박신지 역의 배우 스나다 아톰은 실제 청각장애인이다. 영화에서는 그의 장애가 특별한 것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에코가 박신지와 수화로 대화할 때 감정이 더욱 풍부하게 표출된다. 후카다 감독은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영화계 문화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러브 라이프#가족#후카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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