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을 넘지 못했던 개구리를 먹는다는 것… 현실과의 타협일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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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영화로 읊다]〈59〉개구리가 맛있다고?

영화 ‘매그놀리아’에선 개구리가 비처럼 쏟아져 등장인물들을 놀라게 만든다. 뉴라인시네마 제공
영화 ‘매그놀리아’에선 개구리가 비처럼 쏟아져 등장인물들을 놀라게 만든다. 뉴라인시네마 제공
그들이 개구리를 먹은 것은 미식(美食)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당나라 한유(768∼824)는 벗 유종원이 남방으로 좌천된 뒤 개구리를 먹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이 썼다.

‘하마(蝦蟆)’는 개구리의 일종으로 두꺼비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 무렵 시인 역시 조주(潮州)로 좌천돼 낯선 풍토에 적응하느라 힘겨웠다. 뱀과 개구리를 먹는 것은 중국 영남(오령 아래 남쪽 지방)의 음식 문화였지만 북방 출신의 시인에겐 잘 맞지 않았다(‘初南食貽元十八協律’). 특히 개구리는 시끄럽게 울어 잠도 방해하고 우둘투둘한 피부로 거부감을 줬다.


조선시대 문인에게 이 시는 한유와 유종원이 개구리를 먹었던 사례로 언급되곤 했다. 성현(1439∼1504)은 이런 음식을 안 먹는 건 편협한 일이지만, 먹는 것 또한 지나치다고 썼다(‘僧魚’). 하지만 이 시는 단지 개구리를 먹는 것에 대해서만 한 말이 아니다.

개구리가 등장하는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매그놀리아’(1999년)를 들 수 있다. 끝부분에 개구리 비가 무자비하게 쏟아진다. 이 장면은 ‘출애굽기’의 “네가 만일 보내기를 거절하면 내가 개구리로 너의 온 땅을 치리라”란 구절과 관련이 있지만 의미는 모호하다.

시에서도 개구리 먹는 얘길 주제로 삼은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영화나 시 모두 하나의 메타포로 개구리를 활용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개구리가 비처럼 내릴 때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죄와 고통을 씻어냈다면, 황제의 불교 숭상을 비판했다가(‘論佛骨表’) 죽을 뻔했던 시인에겐 개구리를 먹는 행위가 잘못된 세상에 타협하는 일로 여겨져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인이 같은 처지의 벗 유종원을 놀린 배경에는 신념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는 자신들에 대한 경각심이 자리 잡고 있다. 끝내 황제의 용서를 받지 못할지라도 개구리 먹는 일 같은 현실 타협은 하고 싶지 않다는 소신일까.

영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우화처럼 펼쳐냈듯, 시도 유머러스하지만 동시에 현실의 어두운 면을 암시한 희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개구리#현실#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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