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드라큘라’ 비서로 100년… 나 벗어날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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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고어 영화 ‘렌필드’ 개봉
드라큘라 역 니컬러스 케이지
흡혈귀 분장하려 치아도 깎아

영화 ‘렌필드’에서 드라큘라(니컬러스 케이지·왼쪽)가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의존증 치료 모임에 나간 하인 렌필드(니컬러스 홀트)를 찾아가 협박하고 있다.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렌필드’에서 드라큘라(니컬러스 케이지·왼쪽)가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의존증 치료 모임에 나간 하인 렌필드(니컬러스 홀트)를 찾아가 협박하고 있다.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24시간 내내 쪼아대는 직장 상사가 있다. 당장 사표를 쓸 법도 하지만 무서워서 그럴 수가 없다. 상사는 막강한 힘을 가진 ‘드라큘라’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나를 부르고 내키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어쩔 수 없이 그의 수족으로 무려 100년을 살았지만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반항을 감행하기로 한다.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바가지 긁는 드라큘라 상사로 변신한 영화 ‘렌필드’가 19일 개봉했다. 유혈이 낭자하고 사지가 절단되는 고어물이지만 웃음 코드를 놓치지 않았다.

영화는 부동산 사업을 하던 렌필드(니컬러스 홀트)가 드라큘라 성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건실한 그를 눈여겨본 드라큘라(니컬러스 케이지)는 자신의 밑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다. 그 대가로 곤충을 먹으면 상대의 팔을 뽑아버리거나, 머리를 터뜨릴 수 있는 엄청난 힘과 영생을 얻게 된다.

드라큘라가 지시한 가장 중요한 일은 순결한 제물을 구해 자신에게 바치는 것. 밤낮으로 신선한 제물을 바라는 드라큘라의 요구에 렌필드는 나날이 창백해져 가지만 “네 삶의 목적은 나를 섬기는 것”이라는 드라큘라의 가스라이팅에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제물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 밤, 한 식당에서 마약 조직을 소탕하려는 정의로운 경찰 레베카(아콰피나·본명 노라 럼)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도우면서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퇴사 소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드라큘라는 분노하며 사직서를 내려는 그를 막아서고, 퇴사를 둘러싼 육탄전이 벌어진다.

‘렌필드’는 드라큘라를 재치 있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드라큘라를 직장 상사이자 인간의 피에 중독된 중독자로, 렌필드를 가스라이팅 당하는 직원에 빗댔다. 또 우울증과 동반의존증(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상대방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 등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 불안을 녹여냈다. “더는 이런 갑질을 참지 않을 거야”, “난 행복할 자격이 있어” 같은 대사와 함께 막강한 힘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는 ‘을’ 렌필드의 모습에서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케이지의 드라큘라 분장도 인상적이다. 제작진은 실감 나는 드라큘라를 만들기 위해 케이지의 신체를 본을 뜬 뒤 그에 맞게 뾰족한 치아, 기다란 손톱 등을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케이지는 3D 프린팅 된 틀니를 끼기 위해 자신의 치아를 갉아낼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코믹 고어 영화#렌필드#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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