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식물 기관장 신세…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알박기’ 논란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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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13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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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2.10.18/뉴스1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2.10.18/뉴스1
문재인 정부 말기에 재임용된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72) 관장이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범모 국현 관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해 2월에 연임했으며 임기는 2025년 2월24일까지였다. 미술계는 김 관장이 지난 1월 문체부의 특정감사 결과가 직접적인 사퇴 촉구로 읽혔음에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거듭되는 압박에 더는 버틸 여력이 없었다고 해석했다.

미술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로 바뀐 이후에 국정 방향성이나 정치 철학이 다른 윤범모 관장이 사실상 식물 상태였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문재인정부의 ‘알박기’ 인사를 비판하며 윤 관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윤범모 관장 개인의 상황만은 아니었다. 윤석열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문재인정부 임기 말에 임명된 공공기관장 등의 자진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해왔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에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2.2.25/뉴스1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에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2.2.25/뉴스1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배경은 정책 전문성과 연속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전임 정권이 새 정부의 국정을 발목 잡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거듭됐다는 지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외에도 아직 정부 부처내 상당수의 기관장들이 문재인정부 때 임명됐다. 문체부의 경우 본부 이외의 기관장의 자리가 총 66곳에 이른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소속기관 18개,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 32개, 국립극단 등 기타기관 16개 등이다.

소위 ‘알박기 인사’는 윤석열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정권마다 반복적으로 논란이 됐다. 어느 정부가 됐던 정권 말이 되면 여지없이 규정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고, 새 정부는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인사를 교체하려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습을 끊으려면 공공기관장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해법을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마다 ‘2+2년’과 ‘2.5년+2.5년’ 등 각론에서 미세하게 차이가 날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16건의 위법·부당 업무처리가 확인된 가운데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2023년 전시 및 중점사업 언론공개회에서 문체부 감사와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2023.1.10/뉴스1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16건의 위법·부당 업무처리가 확인된 가운데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2023년 전시 및 중점사업 언론공개회에서 문체부 감사와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2023.1.10/뉴스1

금현섭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정부의 일을 위탁해서 처리하기 때문에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해 정책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제도적으로 불일치하기 때문에 양쪽의 임기를 동일하게 맞춰서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장 임기를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낮추고, 재임이 가능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정권 내에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끝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 경우, 새 정권이 출범하면 1년 내에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가능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공공기관장 임기를 2.5년으로 하고 연임이 가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임기 5년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완전히 일치시키고,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새 정부 공공기관장을 일괄 임명하는 방식이다.

한편 문체부가 윤 관장의 사의를 수용하면 새로운 관장 임용 공모 절차가 바로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장직은 개방형 계약직 고위공무원 가급이다. 문체부 장관은 인사혁신처가 추천한 최종후보를 놓고 관장을 임명한다.

윤범모 관장은 신임 국현 관장이 임명될 때까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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