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성 “노래-춤 생각에 설레며 잠들어…‘맘마미아’는 큰 축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5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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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로 뮤지컬 복귀한 배우 장현성 인터뷰

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장현성(53)이 22년 만의 뮤지컬 복귀작 ‘맘마미아’ 포스터 앞에 섰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연기할 수 있어 기쁘고 꿈같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장현성(53)이 22년 만의 뮤지컬 복귀작 ‘맘마미아’ 포스터 앞에 섰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연기할 수 있어 기쁘고 꿈같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저는 요즘 밤마다요, 얼른 내일의 해가 뜨길 설레며 잠들어요. 빨리 연습실에 가서 노래하고 춤추고 싶어서요. 제 나이 오십줄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뮤지컬 ‘맘마미아’는 내가 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게 해준 작품입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달 24일 뮤지컬 ‘맘마미아’가 막을 올린다. 작품에서 주연 캐릭터 샘 역을 맡으며 22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배우 장현성(53)을 2일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대화 내내 청춘과 다름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맘마미아’는 팝 밴드 아바(ABBA)의 음악을 뮤지컬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1999년 초연된 뒤 국내에는 2004년 첫선을 보였다. 엄마인 도나와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살고 있는 딸 소피가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를 섬으로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샘은 세 남자 중 도나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 순애보 캐릭터다.

스스로를 ‘노력파 배우’라고 부르는 장현성은 같은 배역을 맡은 가수 김정민과 조언을 주고받으며 연습에 열과 성을 쏟는다.  그는 “조금씩 발전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좋다”며 웃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스스로를 ‘노력파 배우’라고 부르는 장현성은 같은 배역을 맡은 가수 김정민과 조언을 주고받으며 연습에 열과 성을 쏟는다. 그는 “조금씩 발전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좋다”며 웃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그는 2001년 대학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마지막으로 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약했다. 뮤지컬 재도전에 용기를 준 건 ‘맘마미아’의 음악을 총괄하는 김문정 음악감독의 제안이었다. 김 감독과는 지난해 4월 ‘맘마미아’ 오디션을 보기 전후 음악 예능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며 연이 닿았다. 그는 “오늘날 뮤지컬의 수준이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면서 내게 뮤지컬은 너무도 하고 싶지만 ‘객석에서만 즐겨야 하는 장르’였다”며 “존경하는 사람이 오디션을 보라고 설득하자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애초 그의 배우 인생은 뮤지컬로 시작됐다. 제대 복학 후 뇌수막염 진단을 받아 갑작스럽게 입원과 휴학을 결정했지만 병은 약 보름 만에 마법처럼 나았다.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이 들 즈음 우연히 뮤지컬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1993)’ 공개 오디션을 봤고, 합격했다.

“원래 꿈은 배우가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이었어요. 서울예대 연극과에서도 연기가 아니라 연출을 전공했고요. 어영부영하다 앙상블로 데뷔란 걸 하게 됐죠. 당시 춤도, 노래도 해본 적 없던 저는 군무 연습을 할 때 ‘야 너 맨 뒤로 가’ 소리를 듣던 처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원체 노력파인지라 결국 공연 올리기 일주일 전에 맨 앞줄로 진출했어요.(웃음)”

배우 장현성(왼쪽 세 번째)은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딸 소피(가운데)의 아버지이자  도나(오른쪽 세 번째)의 옛 연인인 샘 역을 연기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배우 장현성(왼쪽 세 번째)은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딸 소피(가운데)의 아버지이자 도나(오른쪽 세 번째)의 옛 연인인 샘 역을 연기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그는 데뷔 30년이 지난 지금도 신인배우의 자세로 연습에 임한다. 다른 배우들이 안무를 10번 만에 익힐 때 그는 200~300번씩 반복했다. 팀 연습에 돌입하기 한 달 전부터는 보컬 레슨도 따로 받았다. 그는 “연기와 달리 노래는 음정과 박자라는, 틀리면 안 되는 정답이 있는데 숙련된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나는 늦었다고 느꼈다”며 “칠 줄도 모르는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 음 2개만 번갈아 누르며 음정을 맞췄다”고 고백했다.

쉽지 않은 연습이지만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그에게 오히려 ‘힐링’이 된다. 그가 ‘맘마미아’에서 가장 아끼는 장면은 모든 캐릭터들이 등장해 디스코풍의 넘버 ‘불레부(Voulez-Vous)’를 신나게 부르는 대목이다. 그는 “다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땀 흘리는 모습은 그 어떤 장면보다 감동이 크다”며 “최선을 다해 각자의 몫을 준비하고 이를 조립해 맞춘 결과물을 보면서 희열과 격려를 느낀다”고 했다.

장현성이 연기하는 샘은 ‘사랑의 순간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극중 연인으로서의 사랑은 물론 딸을 향한 아버지로서의 애정도 가득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대학교 2학년이 된 큰아들과 저녁에 술 한 잔 하며 기타를 치는 시간이 최근 일상의 행복”이라며 “아빠로서의 삶을 산 지도 벌써 20년이 넘어가면서 소피와 도나, 샘이 그려내는 장면들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샘을 연기하는 내내 틀림없는 행복을 느껴요. 관객들도 작품을 보며 사랑의 순간을 떠올리고 행복을 채워가면 좋겠습니다.”

6월 25일까지, 7만~15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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