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밤마다요, 얼른 내일의 해가 뜨길 설레며 잠들어요. 빨리 연습실에 가서 노래하고 춤추고 싶어서요. 제 나이 오십줄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뮤지컬 ‘맘마미아’는 내가 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게 해준 작품입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달 24일 뮤지컬 ‘맘마미아’가 막을 올린다. 작품에서 주연 캐릭터 샘 역을 맡으며 22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배우 장현성(53)을 2일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대화 내내 청춘과 다름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맘마미아’는 팝 밴드 아바(ABBA)의 음악을 뮤지컬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1999년 초연된 뒤 국내에는 2004년 첫선을 보였다. 엄마인 도나와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살고 있는 딸 소피가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를 섬으로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샘은 세 남자 중 도나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 순애보 캐릭터다.
그는 2001년 대학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마지막으로 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약했다. 뮤지컬 재도전에 용기를 준 건 ‘맘마미아’의 음악을 총괄하는 김문정 음악감독의 제안이었다. 김 감독과는 지난해 4월 ‘맘마미아’ 오디션을 보기 전후 음악 예능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며 연이 닿았다. 그는 “오늘날 뮤지컬의 수준이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면서 내게 뮤지컬은 너무도 하고 싶지만 ‘객석에서만 즐겨야 하는 장르’였다”며 “존경하는 사람이 오디션을 보라고 설득하자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애초 그의 배우 인생은 뮤지컬로 시작됐다. 제대 복학 후 뇌수막염 진단을 받아 갑작스럽게 입원과 휴학을 결정했지만 병은 약 보름 만에 마법처럼 나았다.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이 들 즈음 우연히 뮤지컬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1993)’ 공개 오디션을 봤고, 합격했다.
“원래 꿈은 배우가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이었어요. 서울예대 연극과에서도 연기가 아니라 연출을 전공했고요. 어영부영하다 앙상블로 데뷔란 걸 하게 됐죠. 당시 춤도, 노래도 해본 적 없던 저는 군무 연습을 할 때 ‘야 너 맨 뒤로 가’ 소리를 듣던 처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원체 노력파인지라 결국 공연 올리기 일주일 전에 맨 앞줄로 진출했어요.(웃음)”
그는 데뷔 30년이 지난 지금도 신인배우의 자세로 연습에 임한다. 다른 배우들이 안무를 10번 만에 익힐 때 그는 200~300번씩 반복했다. 팀 연습에 돌입하기 한 달 전부터는 보컬 레슨도 따로 받았다. 그는 “연기와 달리 노래는 음정과 박자라는, 틀리면 안 되는 정답이 있는데 숙련된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나는 늦었다고 느꼈다”며 “칠 줄도 모르는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 음 2개만 번갈아 누르며 음정을 맞췄다”고 고백했다.
쉽지 않은 연습이지만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그에게 오히려 ‘힐링’이 된다. 그가 ‘맘마미아’에서 가장 아끼는 장면은 모든 캐릭터들이 등장해 디스코풍의 넘버 ‘불레부(Voulez-Vous)’를 신나게 부르는 대목이다. 그는 “다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땀 흘리는 모습은 그 어떤 장면보다 감동이 크다”며 “최선을 다해 각자의 몫을 준비하고 이를 조립해 맞춘 결과물을 보면서 희열과 격려를 느낀다”고 했다.
장현성이 연기하는 샘은 ‘사랑의 순간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극중 연인으로서의 사랑은 물론 딸을 향한 아버지로서의 애정도 가득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대학교 2학년이 된 큰아들과 저녁에 술 한 잔 하며 기타를 치는 시간이 최근 일상의 행복”이라며 “아빠로서의 삶을 산 지도 벌써 20년이 넘어가면서 소피와 도나, 샘이 그려내는 장면들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샘을 연기하는 내내 틀림없는 행복을 느껴요. 관객들도 작품을 보며 사랑의 순간을 떠올리고 행복을 채워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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