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양조위 “연쇄살인마 역할 탐나…K콘텐츠 도전해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6일 14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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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웨어 더 윈드 블로우스’ 감독님께도 연쇄살인마 관련 대본을 생각해보시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웃음)”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한국 취재진 앞에 등장한 중화권 스타 량차오웨이(梁朝偉·양조위) 입에서 평소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연쇄살인마’라는 단어가 나오자 웃음이 터졌다. 6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진행된 량차오웨이 기자회견 현장. 홍콩 영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에겐 이날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회견이지만 팬 사인회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질문 경쟁이 치열했다. 영화제 기간 진행되는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아직 안해 본 역할이 많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악역 대본이 많이 안 들어온다. 연쇄살인마 역할을 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주인공 ‘샹치’의 아버지 ‘웬우’ 역할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고독하고 처연한 눈빛으로 유명한 그가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큰 화제가 됐다. 한국 나이로 60세인 그는 이날 “10년 전만 해도 내가 아버지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며 “아버지 역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게 돼 즐겁다”며 “젊은 나이에 도전할 수 없었던 나이 든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어”고 했다.

‘양조위의 화양연화’는 그가 직접 선정한 영화 6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그에게 아시아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화양연화’(2000년)를 비롯해 ‘무간도’(2003년) ‘2046’(2004년) ‘암화’(1998년) ‘동성서취’(1993년) ‘해피투게더’(1998년)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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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품 선정 배경을 두고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골랐다”며 “‘비정성시(1989)’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건 제2회 영화제가 열린 1997년부터 이번까지 총 4번째. 그는 5일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을 때는 좁은 길에 작은 무대를 만들어 개막식을 했었는데 이번 개막식은 정말 성대하더라.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가 현대화됐고, 높은 건물도 많이 생기고 바닷가도 예뻐진 것 같다”고 말했다.

1981년 드라마로 데뷔해 데뷔 40년이 넘은 그를 두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동시대 어떤 배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에 출연했다. 굉장한 폭과 깊이를 동시에 가진 배우로 배우가 성취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는 특별한 배우”라며 극찬했다.

그는 이에 “20년간은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또 다른 20년은 배운 것을 발휘하는 단계였다.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배우라는 직업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벼 소회를 밝혔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에 출연할 의향도 밝혔다. 그는 “요즘 한국 연예계를 보면 정말 기쁘다. 나도 K콘텐츠를 즐겨 본다”며 저도 배우 전도연과 송강호를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두 분과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언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언제든 K콘텐츠에 도전할 마음이 있습니다. 영화 ‘코다’처럼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역할이라면 도전하고 싶습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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