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의 대중화 위해”…도심 선원 개원한 보문사 지범 스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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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동작구 보문사는 요즘 겹경사를 맞았다. 주지 지범 스님(66)이 천일기도 끝에 완공한 보문선원이 2일 개원 법회를 가졌다. 이를 기념한 간화선 대법회도 23일까지 매주 일요일 개최된다. 사찰 옆에 들어선 선원은 스님과 신자들이 사용하는 대중선원과 시민선원으로 나뉜다. 대중선원은 10명, 시민선원은 50여명까지 수행할 수 있다. 지범 스님은 2018년 수좌(首座ㆍ선원에서 참선 위주로 수행하는 출가자)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린 화제작 ‘선원일기’를 출간했다.

―대법회 초청연사가 화려하다.

“출가 이후 오랜 인연을 맺은 분들이 흔쾌히 참여해줬다. 백담사 유나(維那ㆍ승려들의 규율 책임자) 영진 스님, 고불총림 수좌 일수 스님, 덕숭총림 방장 우송 스님에 이어 앞으로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 문광 스님(9일), 한산사 선덕(禪德ㆍ선에 밝아 덕망이 높은 승려)월암 스님(16일), 대흥사 조실 보선 스님(23일)의 법문해 주신다.”

―도심선원 개원은 어떤 의미가 있나.

“오래 서울에 있다보니 신도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수행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스님들도 산중 수행만 하다보면 타성에 젖을 수 있어 자극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한창일 때 불사(佛事)가 진행됐다.

“신도들도 오지 않는데 무슨 땅을 파냐며 말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천일기도를 하며 부처님이 도와줄 것으로 굳게 믿었다. 40여년 선방을 찾아다니며 인연을 쌓았더니 돈은 따라오더라(웃음). ‘선원일기’도 불사의 씨앗이 됐다. 책 출간 이후 불교방송 ‘무명을 밝히고-지대방 산책’에 출연했는데 저를 알게 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

―오현 스님(2018년 입적)의 뜻을 기리는 무산선원도 최근 개원했다.

“저도 최근 무산선원을 방문했는데 문화예술인을 위한 좋은 공간으로 사용될 것이다. 인연도 적지 않고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 오현 스님이다. 책을 보낸 뒤 며칠 지나 새벽 5시에 전화를 하셔 책이 너무 좋다며 3000권을 사주셨다. 나중 다시 1만 권을 얘기하셔서 너무 과한 것 같아 사양했다.”

―향후 보문선원 계획은 어떤가?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 선(禪)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선방 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전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제가 잘 살아야 하고, 제 공부가 충실해야 한다. 선원을 통해 도반 뿐 아니라 신도들을 시봉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안거(安倨ㆍ여름과 겨울의 각각 3개월 집중수행 기간) 뿐 아니라 매달 철야정진과 2박3일 수련 프로그램도 진행할 생각이다.”

―‘선원일기’ 후속 책은 어떻게?

“내년 봄 쯤 책이 나올 것 같다. ‘친한 줄 알았는데 나는 왜 뺐냐’고 농하는 분들도 여럿 있었는데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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