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생존 위한 분투 없는 곳에서 마주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생명해류/후쿠오카 신이치 지음·김소연 옮김/296쪽·1만7000원·은행나무

남태평양의 에콰도르령이자 화산섬 123개로 이뤄진 갈라파고스 군도. 1835년 찰스 다윈(1809∼1882)이 20대에 비글호를 타고 와 진화론의 단초를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 이곳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진화론자에게 갈라파고스를 간다는 건 ‘성지순례’와 다름없는 일. 일본 생물학자인 저자 역시 꽤 흥분했던지, 이곳을 “피시스(physis)”라 부르며 경탄한다. 피시스는 ‘원초적인 자연’ 정도로 해석되는 그리스어.

인적 드문 이곳의 생물들은 인간을 만나도 동요가 없다. 수풀에서 마주친 이구아나 한 쌍은 사람이 다가가도 사랑을 나눌 타이밍에만 신경 쓴다. 촬영용 망원렌즈로 날아와 살포시 앉는 새들도 있다. 이곳 생물들은 손을 뻗어도 도망가지 않는다.

저자가 볼 때 이런 반응은 “생명 본래의 행동”일 뿐이다. 갈파라고스 생명체들이 ‘여유’가 넘치는 건 치열한 약육강식 없이 풍부한 생태 환경이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니, 호기심이 넘치고 자유롭고 자발적이다. 저자는 갈라파고스 곳곳을 안내하며 현장 사진도 110여 장을 실어 친절하게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아오야마가쿠인대 총합문화정책학부 교수인 저자는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생물과 무생물 사이’(은행나무)의 지은이로도 유명하다. 분자생물학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으로 국내에선 2008년 처음 출간됐다가 2020년 재출간됐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생명해류#진화론자#분자생물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