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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을지로 숲으로 가보라”…손보미, 추리 소설 첫 도전 이유는

입력 2022-08-09 14:07업데이트 2022-08-0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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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낸 손보미 작가
장편소설 ‘사라진 숲의 아이들’을 펴낸 손보미 작가는 “사회에서 버려지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미성숙한 어른들의 이야기에 끌린다. 나 역시 성인이 됐지만 자라지 못한 아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인터넷방송에서 일하는 채유형 PD는 방송에서 다룰만한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청소년 범죄 사건을 발견한다. 18세 소년이 남녀를 각각 스무 번씩 칼로 찔러 죽인 혐의를 받는 사건이었다. 소년은 처음엔 남성과 연애하던 여성을 사랑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혐의를 부인하기 시작한다. 사건을 쫓던 채유형은 비행청소년들을 만나 “을지로의 숲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는다. 동료의 비리를 캐다 조직에서 소외된 형사 진경언도 채유형을 돕는다. ‘을지로의 숲’은 대체 어떤 곳이며, 소년은 정말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최근 출간된 ‘사라진 숲의 아이들’(안온북스)은 손보미 작가(42)가 처음으로 쓴 추리소설이다. 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손 작가는 “단편소설에서 추리적 색채를 담은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장편 추리소설을 쓴 건 처음”이라며 “추리소설 작가 흉내를 냈는데 성공했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단편소설 ‘불장난’으로 2022년 이상문학상 대상,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문학동네)으로 대산문학상(2017년) 등을 휩쓴 그가 장르문학에 첫발을 들인 셈이다.



“대학생 때부터 첩보 소설의 제왕인 영국 작가 존 르 카레(1931~2020)나 미국 추리작가협회장을 지낸 로스 맥도널드(1915~1983) 등 해외 추리소설 작가의 소설을 탐독했어요. 제겐 이런 소설을 쓰는 게 낯설지 않은데, 오히려 주위에서 ‘깜짝 놀랐다’ ‘도대체 어떤 작품을 쓴 거야’ 같은 반응이 많더라고요. 정말 이전에 썼던 다른 소설과 결이 그렇게 다른가요?”

그가 처음 소설을 구상한 건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한 오래된 건물을 보고 나서였다. 그 건물엔 아무도 살지 않았고, 영업하는 가게가 하나도 없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건물이 죽어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버려진 건물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상상하다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떠올렸어요. 땅값 비싼 곳이 슬럼화 되면 비행 청소년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지 않을까 싶었죠.”



주목할만한 건 장르문학의 색채에 역사적 고민을 덧붙였다는 점이다. 손 작가는 소설 후반부 베트남전쟁 참전군인, 경제협력 차원에서 베트남에서 일했던 한국 파월 기술자들의 상처를 다뤄 소설에 깊이를 더했다. 그가 단순히 장르문학 ‘흉내’만 내느라 문학의 본질을 버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전쟁에 참가한 이들의 구술이 담긴 역사서 ‘베트남 전쟁의 한국 사회사’(푸른역사)를 읽고 오랫동안 빠졌어요. 전쟁의 피해자처럼 여겨졌던 한국이 참전국이었고, 전쟁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섞는다는 복잡한 진실을 ‘이야기’로 풀고 싶었죠.”

손 작가에게 이번 추리소설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을 주인공으로 또 다른 소설을 마음에 두고 있다.

“소설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형사 진경언을 내세운 다른 작품도 구상하고 있어요. 법정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재밌게 쓸 수 있으면 어떤 이야기든 쓰고 싶어요.”

이호재기자 hoho@donga.com
이호재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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