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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마왕’과 ‘팝의 황제’ 기타리스트들이 만난 이유는

입력 2022-06-22 10:54업데이트 2022-06-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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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고 신해철 씨(1968~2014) 1주기에 맞춰 석정현 작가가 올린 그림 한 장이 인터넷 공간을 달궜다. ‘마왕 근황’이란 제목의 이 그림은 신 씨가 마이클 잭슨, 지미 헨드릭스, 프레디 머큐리 등 먼저 돌아간 음악가들과 하늘나라에서 즐겁게 어울리는 상상도였다. 이런 몽상이 기타 연주로나마 간접적으로 이뤄졌다.

한국인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호주 출신 미국인 기타연주자 오리안시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실린 명곡 ‘Over the Rainbow’를 이중주로 재해석해 최근 디지털 싱글로 내놨다. 김 씨는 고 신해철이 이끈 그룹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오리안시는 고 마이클 잭슨(1958~2009)이 기용한 마지막 기타리스트다.

“해철이 형과 함께 차 안에서 잭슨 형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곧잘 즐겼던 게 생생합니다. 형도 이번 작업을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아요.”(김세황)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는 김 씨와 오리안시를 16일 국제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두 사람은 “미리 긴 시간 맞춰볼 것도 없이 우리 각자의 음악적 배경이 ‘Over the Rainbow’의 선율을 토대로 자연스레 흘러나와 조화를 이뤘다. 마법 같은 녹음이었다”고 돌아봤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아주 높이/들어본 적 있는 땅/언젠가 자장가 속에서…’

이런 가사는 들리지 않는 연주곡 버전이지만 선율만은 우리 귀에 친숙하다. 두 사람은 “이번 작업은 기나긴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친 인류에게 곡 제목처럼 무지개 너머 희망이 보인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명곡 ‘Over the Rainbow’를 둘은 전기기타의 오색 도감으로 새로 칠했다. 여러 음계를 오가며 뿜어내는 화려한 속주와 다양한 연주 기술이 압권. 두 사람은 마치 기타를 든 채 듣는 이의 거실 스피커를 찢고 나오려는 듯하다. 녹음은 비치 보이스, 롤링 스톤스, 도어스 등이 녹음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스튜디오 ‘선셋 사운드’에서 진행했다.

“미스터 김(세황)은 정말이지 놀라운 기타리스트예요. 음(音) 하나하나의 선택이 사려 깊고 수많은 연주자의 스타일을 합친 듯 다채로운 기술을 융합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소리를 내죠.”(오리안시)

김 씨는 “실용음악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오리안시의 연주를 교범처럼 보여주곤 했는데 함께 해보니 그는 과연 ‘전기기타의 여왕’다웠다”고 말했다.

오리안시는 “20대 초반 마이클 잭슨과의 만남이 연주자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잭슨과 명곡 ‘Wanna Be Startin’ Somethin‘’ ‘Dirty Diana’ ‘Black or White’를 연주할 때 매우 즐거웠다. 잭슨은 춤을 추다 말고 연주자들에게 다가와 음 한두 개를 바꾸라거나 앰프 볼륨을 0.5 올리라고 조언하는 등 놀라운 귀를 지녔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두 사람의 보스이자 영웅, 신해철과 잭슨은 지금 세상에 없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2009년과 2014년 각각 의료사고로 별세했다. 누구보다 기타를 사랑했던 팝스타들이다. 신해철은 밴드 ‘무한궤도’로 데뷔해 넥스트를 통해 헤비메탈까지 추구했다. 잭슨은 팝 스타였지만 명곡 ‘Beat It’에 희대의 기타리스트 에디 밴 헤일런을 기용하는 등 평생 연주자들의 역할을 존중했다. 잭슨이 오리안시와 함께 마지막 월드 투어 ‘디스 이즈 잇’을 준비하다 갑작스레 하늘로 간 날을 오리안시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오리안시는 이후 카를로스 산타나, 스티브 바이, 앨리스 쿠퍼 등 여러 록 스타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다.

“레드 제플린, 프린스가 녹음한 공간에서 세황 씨와 녹음하며 형언하기 힘든 경건함마저 느꼈습니다. 기타의 시대가 지고 있다고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 산타나 등이 만든 명작은 영원히 남을 거예요.”(오리안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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