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덕후들도 몰랐던 스크린 뒤의 ‘진짜’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브리 스튜디오에선 무슨 일이?/마이클 리더·제이크 커닝햄 지음·송보라 옮김/192쪽·2만3000원·애플트리태일즈

수십 년 전만 해도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 만화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최초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애니메이션도 하나의 예술이 된다. 이 책은 애니메이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일종의 잡학 사전이다.

책은 지브리가 만든 24편의 작품을 하나씩 소개한다. 스튜디오 창립을 이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부터 최근 작품인 ‘아야와 마녀’(2020년)까지. 널리 알려진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뿐 아니라 조금은 낯선 ‘바다가 들린다’ ‘이웃집 야마다 군’ ‘붉은 거북’도 빠짐없이 수록됐다. 작품에 대한 단순 비평이나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제작 과정과 역사, 산업적인 맥락, 캐릭터의 특징, 영화 이면의 사람 이야기도 들어 있다. 페이지당 한 장꼴로 그림과 사진이 풍성하게 담겨 있어 마치 지브리 미술관이 있다면 거기서 판매할 법한 도록 같기도 하다.

한 달에 1분짜리 분량만을 만들 정도로 투철한 장인정신을 지닌 지브리의 사람들도 등장한다. 지브리의 간판이자 거장인 미야자키뿐 아니라 그의 스승이자 ‘반딧불이 묘’를 만든 다카하타 이사오, ‘귀를 기울이면’으로 판타지보다는 소녀 만화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든 콘도 요시후미, ‘마루 밑 아리에티’를 시작으로 고유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는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까지. 지브리 광신도들이 썼다고 해서 좋은 이야기만 담긴 건 아니다. 초기 작품 속 캐릭터의 비도덕적인 성격, 감독들 간의 불화, 은퇴를 번복하며 후계자 양성에 나태해진 미야자키…. 명암을 고루 다룬 ‘진짜’ 지브리 이야기다.

저자는 두 명의 영국 남자, 마이클 리더와 제이크 커닝햄. ‘지브리 덕후’인 마이클의 제안으로, 지브리 작품을 소개하는 팟캐스트를 만든 방송인이다. 팟캐스트 이름은 지브리와 라틴어로 도서관을 뜻하는 비블리오테크(biblioth‘eque)를 합친 ‘지블리오테크’. 이 책은 팟캐스트에서 방송한 내용을 재구성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덕후#스크린#지브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