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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침략자들은 왜 도서관부터 불태웠을까

입력 2022-01-01 03:00업데이트 2022-01-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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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불태우다/리처드 오벤든 지음·이재황 옮김/440쪽·2만2000원·책과함께
디지털화로 ‘책의 위기’ 겪는 시대
지식-도서관의 역사적 의미 되새겨
“어디서든 책을 불태우는 자들은 결국 인간도 불태울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남긴 이 말은 깊은 함의를 갖는다. 책을 태우는 행위가 가진 폭력성과 잔혹함은 물론이고 인간 못지않게 책이 갖고 있는 존엄성에 대해서도 언급한 말이다.

책을 태우는 일이 그렇게 엄청난 사건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나, 역사 속에서 책을 불태운 행위는 오늘날까지도 꽤나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다. 책과 기록이 불타 없어진다는 건 당대 사람들이 축적한 모든 물질적, 정신적 자산이 사라지는 충격을 가져다주는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있었으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카이사르의 침입으로 파괴됐다. 유럽의 종교혁명 때는 혁명을 주도한 신교도들이 구교의 흔적을 지우고자 대학 도서관을 공격해 불태웠다. 1814년 미국을 침공한 영국군은 미국 의회도서관부터 불태웠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에는 세르비아 민병대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가·대학 도서관을 포격하는 동시에 도서관의 불을 끄려 하거나 책을 구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드는 이들을 철저히 막았다.

최근에도 중국의 반체제 지식인 아이웨이웨이가 공개한 신작 영상 ‘책은 스스로 불탄다’에서 자신의 회고록을 태우며, 인권이 탄압받는 현실을 비판했다. 책을 태우는 일은 지금도 꾸준히 발생하며,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지는 사건이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옥스퍼드대 보들리도서관의 관장인 저자는 이 사건들을 돌아보며 인류사에서 책과 도서관이 지닌 의미를 정리했다. 전자책이 등장하고, 모든 지식을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기록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은 좀체 일어나지 않겠지만, 저자는 현재를 ‘책의 위기’ 시대로 진단한다. 디지털 홍수가 책과 도서관이 사라질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데다 온라인 데이터에 대한 보존, 관리의 필요성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 저자가 “우리가 향유하는 지식과 문화는 결코 쉽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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