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폰 잡은 충무로 대세 배우들의 ‘4인4색’ 선물세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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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단편영화 네 편 엮은 ‘언프레임드’ 8일 공개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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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반장선거’
긴장감 넘치는 선거 스릴러
초5들의 ‘미니대선’ 방불케해


한 초등학교 5학년 2반에서 ‘미니 대선’이 열린다. 유력 후보는 기호 1번 유장원(강지석)과 2번 주선영(박효은). 진영 간 경쟁은 과열되고 욕설까지 주고받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다. 그때 ‘제3지대’ 후보가 돌연 출사표를 낸다. 2반의 ‘동네북’ 정인호(김담호)다. 군소 후보의 등장에 아이들은 의문을 품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존재감이 없어 표 분산 우려가 없어서다. 게다가 공약조차 모양이 많이 빠진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별다른 공약도, 의지도 없는 데다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인호는 왜 출마한 걸까. 그는 양강 구도의 선거판에 미세한 파장이나마 일으킬 수 있을까.

배우 박정민(34)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장선거’의 줄거리다. 박정민을 포함해 30대 충무로 대세 배우 4인이 각각 감독한 단편 4편을 엮은 ‘언프레임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를 통해 8일 공개됐다. 손석구(38)의 ‘재방송’, 최희서(35)의 ‘반디’, 이제훈(37)의 ‘블루 해피니스’ 등 4인 4색의 영화가 선물세트처럼 담겼다. 각본도 이들이 직접 썼다. 배우들의 색깔이 뚜렷한 만큼 각 단편의 초반부만 보면 누가 연출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반장선거’는 대선 정국인 만큼 가장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들의 선거는 대선만큼 치열하다. 영화는 정인호가 왜 출마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선거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긴장감을 높인다. 내내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음악감독을 맡은 래퍼 마미손이 만든 리듬감 넘치는 힙합 음악을 중간에 삽입해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며 완급을 조절했다. 박정민은 6일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관념을 조금 비트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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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블루 해피니스’
희망 잃은 채 주식에만 몰두…
정해인이 대변한 ‘청춘의 얼굴’


‘블루 해피니스’에는 청년들의 어두운 모습이 담겼다. 주식이나 코인 외에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청년들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찬영(정해인)은 우연히 투자 전문가 친구(이동휘)를 만난 후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친구가 찍어준 종목은 하루 만에 27% 넘게 오른다. 40만 원을 넣어 10만 원가량 벌었지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신용·미수거래로 종잣돈 규모만 키우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루 종일 주식창만 보느라 모든 일에 소홀해진 찬영의 인생은 한 방에 역전될 수 있을까. 이제훈은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할 찬영 역에 정해인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며 “(정해인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하겠다’고 해 신이 났다. 감독 마음이 이렇구나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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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서 ‘반디’
말 더듬는 9살 딸과 싱글맘
담담하게 그린 연출력 돋보여



‘반디’는 싱글맘 이야기다. 감독 최희서가 말을 더듬는 아홉 살 딸 반디(박소이)를 키우는 소영으로 나온다. 소영은 점점 커가는 딸의 얼굴에서 죽은 남편을 본다. 우는 듯 웃는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는 소영의 얼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남편이 살던 동네 뒷산을 거니는 모녀를 담담하게 담아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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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 ‘재방송’
세상서 환영 못받는 이모-조카
담백하고 애틋한 생활연기 일품


손석구의 ‘재방송’은 단역 배우이지만 ‘어딜 봐도 배우 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조카 수인(임성재)과 그의 연로한 이모(변중희)가 외손자 결혼식장에 함께 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 세상에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모와 조카 이야기는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관객을 스며들게 만든다. 무뚝뚝함 속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한 두 배우의 생활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왓챠#언프레임드#4인4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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