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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대선 만큼 치열한 ‘반장선거’…성장물 아닌 미스터리 스릴러물?

입력 2021-12-09 14:05업데이트 2021-12-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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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 변신한 대세 배우들 ‘언프레임드’ 보니
왓챠 제공
5학년 2반에서 ‘미니 대선’이 열린다. ‘거대 양당’ 후보는 기호 1번 유장원(강지석), 2번 주선영(박효은). 양 진영의 경쟁은 과열되고 욕설까지 주고받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여러 번 벌어진다.

그때 ‘제3지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다. 2반 ‘동네북’ 정인호(김담호)다. 군소후보의 등장에 아이들은 의문을 품어보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존재감이 없어 표 분산 우려가 없기 때문. 게다가 그의 공약은 모양이 많이 빠진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별다른 공약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데다 평소 나서지도 않는 그는 왜 출마한 걸까. 그는 양강 구도의 선거판에 미세한 파동이나마 일으킬 수 있을까.

왓챠 제공


배우 박정민(34)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장선거’의 일부 내용이다. 박정민을 포함해 충무로 대세 30대 배우 4인이 감독으로 변신해 만든 단편 4편을 담은 ‘언프레임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를 통해 8일 공개됐다. ‘언프레임드’엔 손석구(38)의 ‘재방송’, 최희서(35)의 ‘반디’, 이제훈(37)의 ‘블루 해피니스’ 등 4인4색 영화 4편이 선물세트처럼 담겼다. 각본도 이들이 직접 썼다. 각 배우 색깔이 뚜렷한 만큼 각 단편 초반부만 보면 누가 감독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왓챠 제공


왓챠 제공



이중에서도 ‘반장선거’는 대선 정국인 만큼 가장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들의 선거는 실제 대선 만큼이나 치열하다. 박정민은 정인호는 대체 왜 출마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박정민은 선거 스릴러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내내 어둡고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음악감독 래퍼 마미손이 만든 리듬감 넘치는 힙합음악을 중간중간 삽입해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며 완급을 조절했다. 박정민은 6일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관념을 조금 비트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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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의 ‘블루 해피니스’에는 이 시대 청년들 모습이 담겼다. 주식이나 코인 외에 별다른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절망한 청년들 모습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찬영(정해인)은 우연히 주식 투자 전문가인 친구(이동휘)를 만난 것을 계기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친구가 ‘찍어준 종목’은 하루만에 27%나 오른다. 40만 원을 넣어 10만 원 가량 번 게 전부지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로 종잣돈 규모를 키울 수만 있다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루종일 주식창만 보느라 아르바이트에도 여자친구에도 소홀해져버린 찬영의 인생은 한방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한방에 나가떨어져버리는 인생이 될까. 이제훈은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할 찬영으로 정해인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라며 “(정해인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하겠다’고 해 정말 신이 났다. 이게 감독의 마음이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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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서의 ‘반디’는 싱글맘 이야기를 다룬다. 최 감독이 말을 더듬는 9세 딸 반디(박소이)를 홀로 키우는 소영으로 나온다. 소영은 점점 커가는 딸 얼굴에서 죽은 남편 얼굴을 본다. 딸을 우는 듯 웃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영의 얼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남편이 살던 동네 뒷산을 거니는 모녀의 모습을 담아낸 최희서의 담담하고 절제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손석구는 ‘반디’를 두고 “아이 눈망울이 담긴 한 장면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손석구의 ‘재방송’은 단역 배우이지만 ‘어딜 봐도 배우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조카 수인(임성재)과 그의 연로한 이모(변중희)가 이모의 외손자 결혼식장에 함께 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 세상에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모와 조카 이야기는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관객을 스며들게 만든다. 무뚝뚝함 속에 녹아든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하는 두 배우의 생활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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