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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황룡사 백자 항아리에 있던 건 사리 아닌 조개껍데기

입력 2021-12-03 03:00업데이트 2021-12-0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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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불교사원실 공개
“사리기 안에 봉안품으로 담겨”
‘찰주본기’서 언급된 ‘금은고좌’
금동 연꽃 모양 받침으로 밝혀져
국립경주박물관 불교사원실에 전시된 백자 항아리와 조개껍데기(위쪽 사진). 조개껍데기는 당초 사리로 추정됐었다. 연꽃 모양 받침(아래쪽 사진)은 성분 조사 결과 찰주본기에 나오는 ‘금은고좌’로 밝혀졌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1974년 7월 28일 경북 경주시 황룡사 9층 목탑 심초석(心礎石·목탑을 지탱하는 중앙 기둥의 주춧돌) 아래에서 사리기(舍利器)로 추정되는 중국제 백자 항아리와 청동 거울, 금동 귀고리, 유리구슬 등 유물 3000여 점이 발견됐다. 예부터 목탑 아래는 사리를 주로 봉안한 장소였다. 신라의 왕실 거찰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신라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황룡사 출토 유물을 포함해 신라 주요 사찰에서 나온 유물 530여 점을 모아 선보이는 불교사원실을 최근 공개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시대 경주는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었던 곳’이었다. 새로 단장한 불교사원실은 신라미술관 2층 황룡사실을 확장해 분황사, 감은사, 흥륜사 등의 출토품을 포함했다.

전시에서는 일부 유물을 대상으로 진행한 과학 조사 결과, 새로 밝혀진 사실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백자항아리와 그 안에 들어 있던 하얀색 물질. 당초 학계에서는 이 물질을 승려 자장이 중국에서 들여온 골(骨)사리로 추정했다. 황룡사 9층 목탑 심초석 아래 깊숙이 숨긴 정황상 중요한 성물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 물질은 사리가 아닌 조개껍데기로 밝혀졌다. 신광철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진단구(鎭壇具·액운을 막기 위해 땅에 묻는 예물)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사리기 안에 봉안품으로 담긴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록에만 나오는 유물을 실제로 확인하기도 했다. 서기 872년 황룡사 9층 목탑 중수 당시를 기록한 ‘황룡사 찰주본기’에는 “금은고좌(金銀高座·금과 은으로 된 승려가 앉는 높은 좌석) 위에 사리유리병이 안치돼 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목탑 심초석 출토 유물 중 금은고좌가 무엇인지가 그동안 확실치 않았다. 박물관은 심초석 사리공(舍利孔·사리를 넣는 네모난 구멍)에서 발견된 금동 연꽃 모양 받침의 재질을 조사한 결과 받침 가운데 부분이 은, 바깥 부분이 금으로 구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받침이 찰주본기에 나오는 금은고좌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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