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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디지털 발자국’은 때로 고통이 된다

입력 2021-11-13 03:00업데이트 2021-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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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의사, 잊(히)고 싶은 기억을 지웁니다/김호진 지음/208쪽·1만3800원·위즈덤하우스
“새로운 인생을 선물 받았습니다.”

아동모델로 광고를 찍고 인터넷에서 인신공격에 시달린 채원이(가명)와 부모의 감사 인사에 저자는 자신이야말로 새 인생을 선물 받은 것 같았다. 당시 모델 에이전시 대표였던 저자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채원이가 악성 댓글에 시달릴 때 디지털 흔적을 직접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국내 최초 디지털 장의사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는 현재까지 14년째 디지털 장의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디지털 사회에서는 검색만 하면 어떤 것이든 찾아낼 수 있다.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자연스레 잊히지 않기에 이른바 ‘잊힐 권리’라는 디지털 기본권 개념이 생겼다. 디지털 장의사는 온라인의 불법 게시물 등을 삭제해준다.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불법 촬영물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성 착취물이 유통돼 사회문제가 된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불법 게시물 피해자들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저자를 찾는 청소년 의뢰인 수는 한 해에만 300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80%가 불법 촬영물 유포 협박을 당한 경우다.

의뢰인 중에는 부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자신의 사진을 지워달라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기저귀 차림의 옛 사진이 그대로 남아 주변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됐다는 것. 저자는 부모가 아이의 성장 과정을 SNS에 올리는 활동(셰어런팅)도 당사자인 아이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무심코 온라인에 올린 아이의 사진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 온라인에 공개된 아이의 신상을 이용한 유괴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저자는 그동안 겪은 디지털 불법 게시물에 의한 피해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도 정리했다. 최선의 예방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예컨대 기기에 암호를 설정하고 프로그램의 보안 업데이트를 수시로 확인하며 낯선 이가 보낸 메일은 열어보지 않는 것 등이다. 혹여 피해를 입었을 경우 어떻게 증거를 수집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도 정리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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