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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사랑’의 샘에서 노랫말을 길어올리다

입력 2021-11-03 03:00업데이트 2021-11-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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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펴낸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1997년 쓴 ‘나의 외로움이…’ 처럼
쉬운 언어에 진심 담은 가사 쓸것
소설가 한강과 앨범 협업도 제안”
최소우주 제공
“훌륭한 기술자로서의 작사가를 뽑는 시험이 있다면 저는 아마 낙제일 거예요. 히트곡 수와 저작권료로 줄을 세운대도 마찬가지고요.”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씨(48)가 잔물결처럼 웃었다. 자신의 삶과 작사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출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책의 첫 장은 르네 마그리트의 이율배반적 작품명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연상케 한다. 전문 작사 기계가 되는 대신 진심을 담겠다는 다짐. ‘나는 작사가가 아니다.’

“어떤 글쓰기든 그 기본은 진짜 마음, 자신의 진심을 열어 보이는 거잖아요.”

그가 작사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장필순·1997년)는 세기를 넘어 음악 팬들의 마음속 창문을 끝없이 열어젖혀 서늘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올 한 해에만 다섯 차례 리메이크 됐다. 하얀 겨울이 멀리서 마중 나오는 이런 계절에 저 쓸쓸한 연가의 귓맛은 더 맵다.

“스물네 살, 어느 추운 밤에 썼어요. 쉬운 말로 쓴 가사의 힘을 스스로 새삼 깨닫게 해준 곡입니다.”

그는 오빠 조동진(1947∼2017), 조동익 형제가 이끈 음악 공동체 ‘하나음악’의 신인 발굴 음반 ‘뉴페이스’를 통해 1999년 데뷔했다. 22년이 흐른 지금, 남매 중 막내인 그가 이제 손수 자신의 새 레이블 ‘최소우주’를 이끌고 있다. 신인 발굴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가수 동은의 싱글 ‘을’이 시작점이다. ‘네오 유니버스 프로젝트’라 명명했다.

“최소우주의 슬로건은 ‘문학적 음악’이에요. 작사 역량이 특히 돋보이는 싱어송라이터를 꾸준히 소개하려 합니다.”

조 씨와 최소우주는 내년 2월부터 ‘투 트랙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젊은 가수와 베테랑 가수가 하나의 신곡을 각자의 목소리로 불러 발표하는 시리즈. 첫 주자는 가수 정승환이다. 발표 전인 그 첫 곡 ‘연대기’의 가사를 조 씨는 신간에 미리 공개했다.

소설가 한강이 책에 추천사(‘네가 다 안고 가’라는 말을 코트 속에 품고, ‘흰 달빛처럼 혼자서 걷는’ 사람의 책)를 보탠 것도 흥미롭다. 한 씨는 조 씨 남매와 하나음악의 오랜 팬으로서, 신작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9월 출간)를 집필하며 조동익의 앨범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제주의 풍광을 청각적으로 스케치한 음반 ‘푸른 베개’(2020년) 말이다. 제주도4·3사건을 다룬 한 씨의 소설과 맥이 통한다. 조동희 씨의 노래 가운데는 ‘그게 나예요’와 ‘동쪽 여자’를 특히 좋아한다고.

조 씨는 “2년 전 제 콘서트에 관객으로 오셨기에 인사를 나눈 뒤 가까워졌다. 한강 작가가 취미로 작사, 작곡도 하는데 자기 곡을 불러준 적도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함께 앨범을 내보자는 제안도 내가 했다”고 말했다.

조 씨의 마르지 않는 노랫말의 샘은 작은 단어 하나에서 흘러나온다. 사랑.

“흔한 말이지만 그 정의는 오해되기 쉽죠. 상대를 옥죄는 미명도 되고요. 그러나 그이가 행복하면 나도 그냥 웃음이 나는, 그것이면 족히 사랑 아닐까요. 이 가을, 모두가 사랑을 사랑하게 되길 바랍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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