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여성, ‘포커 플레이어 그녀’ 출간

  • 동아경제
  • 입력 2021년 10월 28일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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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등 여성을 타깃으로 한 강력 범죄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폭력과 억압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침없이 총을 든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포커 플레이어 그녀’가 출간돼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루거 총을 든 할머니’를 쓴 브누아 필리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로 포커 세계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전작 ‘루거 총을 든 할머니’가 두 차례 전쟁을 겪고 여러 번 결혼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군인과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을 거침없이 죽인 102세 할머니의 자백을 다뤘다면 ‘포커 플레이어 그녀’는 여주인공 막신이 포커판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침없이 총을 드는 복수극이다.

브누아 필리퐁 작가의 작품답게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 복수극에 대한 몰입이 포커라는 매력적인 소재에 힘입어 한층 강화됐다.

주인공 막신의 핸드백엔 립스틱 대신 45구경 권총이 들어 있다. 포커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그녀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포커 기술을 연마했다. 바로 거물 정치인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알렉상드르 콜베르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막신은 평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포커판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크와 발루에게 접근하고, 작크는 위험을 감지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필리퐁 작가는 ‘포커 플레이어 그녀’를 통해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나쁜 짓도 기꺼이 저지를 수 있는 현실적이고 생생한 여성 캐릭터의 계보를 잇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출판사는 이 소설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본 갬블링 세계로의 초대’라고 소개하며 막신을 ‘남성의 전유물인 포커의 세계에 도전하는 거친 토네이도’라고 표현했다.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겨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성이 배제된 남성들의 세계인 포커판에서 총과 카드를 들고 토네이도처럼 질주하는 막신의 행보를 지켜보며 독자들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복수극이라고 해서 마냥 어둡고 심각하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유쾌한 유머가 곳곳에 녹아있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복수극까지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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