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뇌 구조와 기능을 기계로 볼 수 있나

김상운 기자 입력 2021-10-09 03:00수정 2021-10-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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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매튜 코브 지음·이한나 옮김/624쪽·3만3000원·심심
영화 ‘트랜센던스’(2014년) ‘루시’(2014년) ‘엑스맨’(2000년) 등은 인간 뇌의 무한한 잠재력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에 주인공의 기억을 이식하는 내용의 트랜센던스는 첨단 과학기술과 결합해 뇌 기능을 극대화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는 하나같이 뇌와 거기 담긴 기억 그리고 의식을 일종의 기계 혹은 물질로 보는 유물론의 사고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을 관념이 아닌 물질로 보는 시각이 나오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영국 유전학자인 저자는 생명과학의 핫이슈인 뇌 과학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최근까지 추적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기계론’을 쓴 18세기 프랑스의 쥘리앵 오프루아 드 라메트리는 뇌에 대한 유물론적 해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1747년 펴낸 인간기계론에서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물질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뇌에 주목했다. 영혼의 모든 능력이 뇌 등 특정 신체조직에서 비롯된다고 본 것이다. 플라톤과 중세 스콜라철학의 관념론 시각에서 인간의 정신을 바라보던 유럽인들에게 그의 시각은 불경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책을 금서로 지정한 고국에서 쫓기듯 네덜란드로 갔다가 결국 독일에서 생을 마쳤다.

사실 생각과 감정이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도 17세기까지는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16세기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쓴 인체 해부 책을 통해 뇌 구조가 다른 어떤 장기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기능은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사랑은 어디에서 태어나나요? 심장인가요 아니면 머리인가요?”라는 구절을 쓴 배경이다.

최신의 뇌 과학 연구는 라메트리가 열어놓은 유물론 시각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뇌가 기계 혹은 컴퓨터라면 부품을 분해하듯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구체적으로 획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뇌 반응이 여러 영역에서 동시에 활성화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저자는 “뇌는 여느 기계와 달리 인간이 설계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뇌는 그 복잡다단한 구조와 기능으로 인해 21세기에도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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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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