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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매카트니 전속 사진가 뒤엔… 대입 낙방, 美유학 좌절등 숱한 실패가

입력 2021-09-02 03:00업데이트 2021-09-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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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소통포럼 참가 김명중 인터뷰
“우연히 시작 사진알바가 ‘천직’돼… 가장으로 늘 생계 불안함 시달려
절박함이 상대 호감 사도록 만들어… ‘진짜 삶’ 담겨야 가장 잘나온 사진”
MJ KIM은 “폴 경과 전 세계 공연을 다닐 때 호텔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외로움이 밀려왔다. 어느 날 호텔 창밖의 낯선 풍경을 찍다 보니 영감이 떠올랐고 혼자 있을 때의 유익을 생각하게 됐다. 외로움은 영감의 원천이다”라고 말했다(왼쪽 사진). 그가 촬영한 ① 폴 매카트니 ② 콜드 플레이 ③ 푸 파이터스의 공연 사진.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MJ KIM
“다음 주 폴 경(Sir Paul)을 만나러 런던에 갑니다. 딸 스텔라 매카트니가 50세 생일 파티를 하거든요. 매년 6개월씩 얼굴을 보다 코로나19로 1년 반이나 못 봤더니 걱정되고, 보고 싶기도 해요.”

2008년부터 폴 매카트니(79)의 전속 사진작가를 맡고 있는 MJ KIM(본명 김명중·49)은 유쾌하게 말했다. 마이클 잭슨, 콜드 플레이, 푸 파이터스, 스팅, 비욘세, 조니 뎁, 내털리 포트먼, 에마 스톤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사진을 촬영한 그는 “재미있어서 푹 빠져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1일 그를 만났다.

그는 숱한 실패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왔다고 했다. 대학 입시에 떨어지고 미국 유학을 가려 했지만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알고 보니 여대에 지원한 것. 그 정도로 영어를 못했단다. 영국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지만 외환위기로 공부를 접어야 했다. 우연히 사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영국 언론사에 견습사원으로 들어가 기자가 됐다. 게티이미지 유럽지사 사진가로도 일했다. 자신감에 차 2007년 프리랜서가 됐지만 6개월간 아무 일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내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다. 스파이스 걸스의 사진 촬영 제안을 받자 무조건 수락했다. 까다로운 다섯 멤버가 모두 만족하는 사진이 나오기까지 그는 찍고 또 찍었다. 스파이스 걸스를 ‘견뎌낸’ 그를 눈여겨본 이가 매카트니의 전속 작가로 추천했다.

“절박함이 상대방의 호감을 사도록 애쓰게 만들었어요. 영어도 짧아 늘 웃으며 몸을 낮추고 최대한 좋은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죠.”

매카트니와의 작업이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어느 날 매카트니는 “MJ, 네 사진이 더 이상 나를 감동시키지 않아”라고 말했다. 충격을 받은 그는 매너리즘에 빠진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매카트니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기억나는 작품으로 2010년 매카트니가 미국 의회 도서관이 수여하는 거슈윈 대중음악상을 받으러 백악관에 초청됐을 때 찍은 사진을 꼽았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매카트니가 나란히 앉았는데, 그의 자리는 뒤에 배치돼 뒤통수만 보였다.

“공연 때는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지만 백악관은 지정한 자리에서만 촬영해야 했어요. 고민하고 있는데 공연을 위해 앞쪽에 둔 드럼이 보이더라고요. 드럼에 원격 카메라를 설치해 한 손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다른 손으로는 원격 조종기를 계속 눌렀죠.”

오바마 대통령이 매카트니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올리고 활짝 웃는 명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매카트니는 “이건 백악관도 못 찍은 사진이잖아. 이게 바로 ‘록&롤’이야!”라고 외쳤다.

가장인 그는 매카트니와의 계약이 끝나면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늘 불안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매카트니의 모든 공연이 중단되면서 우려는 생각보다 더 일찍 현실이 됐다. 그런데 한국 기업으로부터 작업 제안이 들어왔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단편 영화 ‘쥬시걸’도 찍게 됐고요. 지금은 ‘쥬시걸’을 장편영화로 만들고 있어요.”

지난해 그는 서울 을지로 일대 공업소 거리 사장 33명의 얼굴을 찍어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많은 것을 이뤘지만 그는 아직도 얼떨떨한 게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이날 마련한 ‘CCF2021문화소통포럼’에 참가한 그는 “국내외 명망 있는 분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초청받은 게 신기하다”고 했다.

스타들의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은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고뇌, 쓸쓸한 뒷모습까지 본 그는 삶이 진솔하게 담긴 얼굴을 찍는 게 참 좋다고 했다.

“가장 잘 나온 사진은 진짜 삶, 진짜 감정이 나타난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진짜’를 찍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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