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커피로 블렌딩한 인문학 수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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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세계사+한국 가배사/이길상 지음/424쪽·2만 원·푸른역사

2018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에 이른다. 하루 한 잔만 마시자고 작심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커피에 푹 빠져 있다.

이 책은 커피에 얽힌 국내외 역사와 커피 산업 트렌드를 담고 있다. 교육학자 출신으로 ‘커피 인문학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신간에서 커피를 중심으로 역사와 경제, 인문학을 흥미롭게 블렌딩하고 있다. 아라비카(arabica)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품종이다. 1753년 생물학자 린네는 저서 ‘식물의 종’에서 커피나무를 뜻하는 ‘코페아(coffea)’에 아라비카라는 별칭을 붙였다. 20세기 후반까지 커피의 고향은 아라비아, 구체적으론 예멘으로 알려졌지만 생물학 연구에 의해 에티오피아 카파 지역이 커피나무 원산지로 공인됐다.

모카 하면 달달한 커피가 떠오르는데 예멘 남부의 항구 이름이기도 하다. 17세기는 모카항에서 유통된 예멘 커피의 전성기였다. 18세기 초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매시장에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생산, 가공된 자바 커피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를 차지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오랜 노력 끝에 모카로 상징되는 예멘 커피의 독점시대를 끝낼 수 있었다.

커피는 단순한 상품에 그치지 않았다. 17세기 유럽 각지에 들어선 커피하우스는 ‘불온사상의 온상’으로 불리며 시민혁명을 이끈 첨병 역할을 했다. “커피는 많은 바보들이 일시적으로나마 현명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몽테스키외의 우스갯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커피#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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