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팬을 때렸다…최애가 불타버렸다”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8-12 14:48수정 2021-08-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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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일본 유명 아이돌이 루머에 휘말린다. 팬을 때렸다는 것. 아이돌은 사건의 전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실망한 팬들은 돌아서기 시작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비판이 쏟아진다. 아이돌 팬인 여고생 아카리는 혼란에 빠진다. 다른 이들처럼 냉정하게 비난할까. 아니면 끝까지 사랑하는 아이돌을 지지할까. 삶의 유일한 의미인 아이돌을 포기하고도 아카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 Kikuko Usuyama 창비 제공


5일 장편소설 ‘최애, 타오르다’(미디어창비)를 펴낸 일본 작가 우사미 린(22)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이돌, 배우, 유튜버, 예능인, 운동선수 등 언제 누가 논란에 오를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 일본에선 2~3개월에 한 번 꼴로 유명인의 발언이나 행동을 두고 비판적인 의견이 퍼지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SNS 악플이 많아진 현상에 주목했다는 것. “원래 팬이던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누군가의 발언이나 행동을 비판하거나 반복적으로 논쟁을 벌인다. 인터넷에 비방 댓글이 많아지고 있다.”

소설은 “최애가 불타버렸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일본에서 ‘최애’(최고로 애정한다)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를 뜻한다. ‘타오르다’는 거세게 비난을 받는 대상이 됐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 그는 “작품에서 젊은이들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많이 사용했다”며 “다만 이야기의 본질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몸을 던지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어떤 한 가지에 인생을 바친 적이 있다면 누구나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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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에서 아카리는 학업성적이 좋지 않고 취업준비에도 관심이 없다. 반면 아이돌 앨범과 굿즈를 사고 콘서트 표를 구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팬덤 활동으로 쓸 돈을 구하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아르바이트를 뛴다. 어른들은 아카리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론 지적한다. 그는 “아카리는 아직 고등학생이고 스스로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어른들은 아카리의 행동을 ‘어리광’이나 ‘게으름’이라는 말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위기에 처한 미성년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자책해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문하고 자책하는 아카리의 마음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일본문학계 최고 권위의 양대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 올해 수상작이다. 지난해 9월 출간 후 일본에서만 50만 부가 팔렸다. 한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고 있듯 일본 독자들도 젊은 작가가 10, 20대를 그린 신작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그는 “무언가에 애착을 느끼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지금 세대에도 많든 적든 있지 않을까”라며 “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쓸 뿐이다. 20대에 뛰어난 작품을 수없이 써낸 대단한 작가들을 성실하게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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