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볼 생각도”…봉준호, 칸에서 밝힌 ‘살인의 추억’ 진범 자백 후일담

뉴스1 입력 2021-07-08 13:05수정 2021-07-0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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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생각했어요. 꿈에도 나오고 그랬었죠. 만일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급하게 해야할 질문의 리스트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었어요. 그때는 워낙 심하게 사로잡혀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이 지금 한국 감옥에 있는데,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잠깐 했는데, 만나보고 싶진 않았어요.”

봉준호 감독이 제74회 칸 영화제에 참석한 현지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대표작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됐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언급했다. 지난 2019년 이춘재가 자신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사실을 자백한 이후, ‘살인의 추억’은 덩달아 언급되며 크게 화제가 됐었다. 2019년, 그 해는 봉준호 감독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탄 해였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진행중인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의 랑데부 아베크 행사에서 “실제 사건은 1980년대 말에 한국 군사독재가 끝나지 않았을 시점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인데 이걸 영구미제사건이라 그랬다”며 “영원히 범인을 모르는 상태로 끝나버렸고 그런 상태에, 2002년도에,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살인의 추억’을 언급했다.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사건이다. 약 5년간 10명의 피해자가 엽기적인 방식으로 살해됐으며, 역대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이후 지난 2019년 9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돼 ‘살인의 추억’도 재조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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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살인의 추억’ 봤다더라”

봉준호 감독은 이날 “1986년에 첫 사건이 나왔고 2003년에 영화가 개봉해서 17년 정도의 텀이 있었다, 영화가 2002년에 찍고 2003년에 개봉하고 2019년에 범인이 잡혔는데 또 한 16년 정도의 텀이 있었다, 기묘하다”면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자신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그 기사가 나온 날 저도 마음이 심적으로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진범 이춘재의 얼굴을 본 심경도 전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 그 사람의 실제 얼굴을 보고 싶었었다”며 “이런 끔찍한,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눈과 어떤 눈빛을 가진 사람일까, 영화에도 그 범인의 얼굴에 관한 얘기가 계속 나온다. 그 얼굴을 마침내 2019년에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해, 그 해에 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봉 감독은 “실제로 스크린 라이팅을 하는 동안 나의 기억 속에 살인자는 매우 강한 존재로 생각했다”며 “(진범을) 계속 생각했다, 꿈에도 나오고 그랬다, 만일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급한 것부터 해야 할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워낙 심하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 사람이 지금 한국 감옥에 있는데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잠깐 했는데, 만나보고 싶진 않더라”고 덧붙였다.

이춘재가 ‘살인의 추억’을 봤다는 말도 언급했다. 봉준호 감독은 “여러 가지 루머들이 있었다. ‘감옥에서 영화를 세 번 봤다’는 등의 이야기”라며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러는데, 최근에 경찰에서 말한 걸 보면 영화를 봤는데 별 관심 없고 재미없었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은 “하지만 2002년도에 저희가 영화를 찍을 때 저나 스태프나 그런 얘기를 했다, ‘이거 만약 개봉하면 그 사람이 극장에 와서 볼 수도 있는 거 아니냐’ 했는데 그게 되게 좀 무섭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하고 그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긴 했었다”고 토로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이유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그래서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얘기한 적이 있는데 영화 라스트신에 보면 송강호가 딱 본다”며 “일부러 그렇게 찍은 이유도 혹시 극장에서 범인이 와서 범인이 본다면 한 맺힌 형사와 범인이 눈이 마주치게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밝혔다.

◇ “‘마더’ 본 어머니, 기분 좋지 않았다…12년간 언급 없어”

이날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에 2년만에 다시 돌아오게 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티에리 프리모(칸 영화제 예술 감독)가 연락이 와서 ‘네가 할 게 있다’고 했다, ‘영화를 못 찍었는데 뭘 해야하나’ 했고, 어제 개막식에서 즐거운 일이 있었다”며 “다른 것보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다시 모였다는 자체가 무척 기쁘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 홍상수 감독 등과 더불어 칸 영화제의 단골 초청 손님이다. 그는 ‘괴물’ 이후 새 작품을 낼 때마다 칸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며 “칸 영화제는 가장 기쁘고 즐거운 곳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공포스러운 곳이다, 도마 위 생선이 된 기분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혀 웃음을 주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랑데부 아베크 행사에서 관객들의 다채로운 질문에 답했다. 어린 시절에 봤던 영화나 감독이 된 계기, 가족들에 대해서도 여러 질문들이 나았다. 봉준호 감독은 권위적이지 않은 부모님 덕분에 반대 없이 영화 감독이 됐다며 “나를 포함해 4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어머니는 뭘 하든 자유롭게 하도록 하셨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셨던 아버지도 권위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아버지 고(故) 봉상균씨는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자 화가다. 봉 감독은 “아버지는 유머러스한 분이었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몇년 됐는데 어머니도 그렇고 권위적이지 않은 분들이었다, 아버지는 자녀들과 대화가 없었고 ‘알아서 하자’ 하는 분위기라서 영화를 해야겠다고 헀을 때 특별히 반대가 없었다”고 밝혔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내가)극장에 가는 걸 싫어했다, 극장에 세균이 많다고 하셨다, 청결 강박이 있으시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하지만 그런 봉 감독을 극장에 가장 먼저 데려간 사람은 어머니였다. 봉 감독은 “(태어나 처음 본 영화는)제목도 모르고 감독도, 연도도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가기 전에 어머니 손에 이끌려 극장에 갔다, 이상한 동물 다큐멘터리였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나고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과일이 있다, 원숭이들이 그 과일을 먹고 술에 취해서 나무에서 툭툭 떨어졌던 기억만 난다”고 회상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어머니가 자신의 영화 ‘마더’를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고 전해 웃음을 줬다. 그는 “‘마더’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를 보고 어머니가 기분이 좋지 않아하시더라, 그 영화가 개봉한지 12년이 지났는데 시사회 때 보셨는데 12년간 그 영화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셨다”며 “서로간에 딱히 터부인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생충’ 캐릭터는 남녀 할 것 없이 다 즐겁게 본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도 고층 아파트에 사신다, 어머니가 ‘우리 집은 지하실이 없어서 마음이 놓인다’ 이런 얘기도 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 “차차기작 심해어 다룬 애니메이션…프랑스 과학책서 출발”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은 미출간 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국 영화로 알려져 있다. 이 미국 영화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 중인 작품이 심해어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차차기작인 심해어 관련 애니메이션이 프랑스의 과학책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언젠간 해보고 싶었던 건데, 내 ‘기생충’ 다음 다음 작품이 애니메이션이 될 것 같다”며 “올 1월에 시나리오와 스크립트는 완성해놓고, 지금 비주얼 이펙트 팀들이 열심히 디자인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고, 저도 관여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아마 2025년이나 2026년 즈음에 , 늦어도 그때는 완성하고 싶은 상황”이라며 제작 시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시작은 프랑스 심해 과학서적이었다. 봉 감독은 “아내가 서점에 가서 사진이 아름답다고 이 책을 사 왔는데, 심해 생물체가 나와있고 컬러도 너무 아름답더라”며 “그래서 이 책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이고, 이미 준비한지는 2~3년이 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 감독들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그는 “하나하나의 감독들이 소중하다고 본다”며 “잘 아는 박찬욱 감독님도 그렇고, 이창동 감독님도 그렇고 이번에 칸에서도 상영하는 그 홍상수 감독님, 정말 뛰어나고 또 제각각 다르고 저와도 다른, 그런 하나하나의 나름의 유니버스를 가진 감독님들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지금 젊은 세대의 뛰어난 감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을 비롯한 뛰어난 독립영화 감독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그런 뛰어난 젊은 감독들도 나오고 있어서 한국영화가 굳이 카테고리로 묶이기 전에, 하나하나의 소중한 필름메이커들이 계속 나와주니까 기쁜 일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봉준호 감독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스트리밍도 영화를 보는 되게 좋은 방법이고 우리가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좋은 거라고 본다”면서도 “우리가 극장 안에 있지만 극장의 위력을 당할 수 없다, 파워풀한 사운드, 화면의 크기도 있지만 집단으로 본다 하는 것도 있지만 제일 강력한 지점은 보는 사람이 멈추거나 이탈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트리밍은)중간에 멈출 수 있고 보거나 딴짓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극장 안에서는 이미 2시간의 리듬이 존재하고 그게 약속이 돼 있고, 그걸 존중하면서 본다”며 “감독이 만든 리듬과 시간의 덩어리를을 존중하고 본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극장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올해 여섯 명의 감독,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랑데부 아베크’ 행사 참석을 위해 칸 영화제를 방문했다. 이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 외에도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이자벨 위페르, 스티브 매퀸, 마르코 벨로치오 등이 참석했다. 앞서 봉 감독은 지난 6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을 선언하기도 했다.

제74회 칸 영화제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7일까지 12일간 열린다. 우리나라 영화는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지 못했지만,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비경쟁 부문,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을 받았다. 또한 시네파운데이션(La Sélection de la Cinéfondation)에 윤대원 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의 ‘매미’가 수상작으로서 상영을 진행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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