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여행객의 비행시간이 길어진 이유 [책의 향기]

김상운 기자 입력 2021-06-26 03:00수정 2021-06-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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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데이비드 데이옌 지음·유강은 옮김/536쪽·2만5000원·열린책들
사진출처=pixabay
최근 구글이 국내 대학들에 제공하던 클라우드 무료 서비스를 철회해 큰 혼란을 빚었다. 대학들이 앞다퉈 방대한 강의, 학술자료를 구글 클라우드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2년 만에 무료 정책을 뒤집은 데 따른 것. 주요 대학들은 졸업생과 퇴직한 교직원의 구글 계정을 없애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초에 공짜를 바란 것이 문제였던 게 아니냐는 지적과 별개로 구글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책은 자본주의 끝판왕 격인 미국에서 독과점 기업들이 개인들에게 끼치는 폐해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가인 저자는 저인망으로 훑듯 항공, 미디어, 통신, 제약, 금융, 의료 산업 등에서 다양한 독과점 피해 사례를 취재했다. 예컨대 미국 항공시장의 80% 이상을 4개 항공사(유나이티드, 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가 차지함에 따라 직항이 줄고 시카고, 애틀랜타 등의 허브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이 크게 늘었다. 인력과 장비가 집중된 허브공항을 경유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여행객들은 과거보다 더 오래 비행기를 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미국 통신 대기업들이 인구가 적은 소도시에 인터넷망을 깔지 않아 스타벅스 주차장에서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사례도 담겼다.

물론 미국에는 ‘셔먼 반독점법’이라는 독점 규제 제도가 있지만 레이건 정권 이후 미 정부가 이 법률 시행에 소홀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독점을 통한 집중이 가격이나 서비스에서 소비자의 편익(소비자 복지)을 증대할 수 있다는 로버트 보크 예일대 교수의 사상이 근저에 깔려 있다. 얼핏 구글이나 애플, 삼성 같은 거대 기업들의 첨단 제품을 연상하면 그럴듯한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속지 말라고 말한다. 존 쿼카 노스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승인한 46건의 기업 합병 사례 중 38건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독과점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갈수록 하락하는 현상이 통계로 입증됐다. 저자는 워런 버핏이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관리자들한테 매년 해자(독점 영역)를 더 넓히라고 한다”고 말한 내용을 언급하며, 정부와 시민들이 독점 기업의 탐욕에 맞서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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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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