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풍선 배달이오”…팝아트 작가 임지빈 “포근한 위안 받으세요”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6-24 03:00수정 2021-06-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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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도시 일상 공간 곳곳에 곰 풍선 전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임지빈 작가가 한옥에 설치된 자신의 곰 풍선 작품 앞에 서 있다. 그의 작품은 약 4∼15m 크기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한옥 사이로 곰 모양 풍선이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머리 하나가 문 한 칸을 다 채우는 큰 곰이 한쪽 귀가 접힌 채 두 팔로 행인들을 반긴다. 곰 풍선을 만든 건 임지빈 팝아트 작가(37). 임 작가는 “관객이 갤러리로 오지 않는다면 작가가 찾아 나서겠다”며 ‘딜리버리 아트’를 시도하는 예술가다. 이름도 ‘에브리웨어 프로젝트(Everywhere Project)’다.

그는 2009년 중국 상하이 애니마믹스 비엔날레에서 작품 ‘슈퍼파더’로 데뷔했다. 이는 늙고 배 나온 슈퍼맨을 조각으로 만들어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가 에브리웨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2011년부터였다. 전시를 열어도 일반인보다는 업계 관계자나 지인들만 찾아오는 데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슈퍼파더 시절부터 삶의 예리한 문제들을 위트 있게 표현해왔다. 곰 모양 풍선도 마찬가지다. 대개 이들은 가만히 서 있는 형태가 아니다. 틈새에 끼어 있거나 바닥에 엎어진 형상이다. 어쩐지 짠하다가도 포근한 곰을 보고 있노라면 위안이 된다. 23일 만난 임 작가는 “각자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표현하면서도 그들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조각이 아닌 풍선인 데에도 이유가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집도 사람처럼 각자의 스토리와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택들에 작품을 융화하고 싶었는데 조각보다는 풍선이 덜 이질감이 느껴지고 변형 가능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곰이 나타나는 장소는 ‘어디든(Everywhere)’이다. 그는 게릴라성 전시를 표방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N서울타워 등 한국의 랜드마크에서 시작됐던 프로젝트는 2016년부터는 미국, 대만, 중동 등 전 세계 다양한 장소로 뻗어나갔다. 임 작가는 “코로나19 전에는 1년에 최소 5개국을 목표로 6개월 정도는 해외에 나가 있었다. 한 도시에서 한 달 정도 거주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찾아 설치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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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가 도전하는 장소는 국내 문화재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 등에서 주관하는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의 일환. 8, 9월경 시작해 3개월간 5곳 이상의 문화유산 거점에 풍선을 설치한다. 임 작가는 “한국적인 느낌을 굉장히 좋아한다. 계속 자리를 지켜왔던 문화유산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관 등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그의 활동은 모두 자비로 이뤄진다. 그는 세계적 브랜드인 구찌, MCM 등과도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해왔는데, 이때 얻은 돈으로 개인 활동을 재개한다고 한다. 공공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의 목표는 ‘이동식 놀이터’다.

“2016년 베트남 하노이의 재개발 지역에서 작업할 때 아이들이 제 작품을 보고 굉장히 기뻐하는 걸 봤어요. ‘어디든 나타난다’는 콘셉트이지만 사실 미술이 필요한 곳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아프리카 곳곳을 돌면서 에어바운스 등을 설치해보고 싶습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임지빈#곰 풍선#팝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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