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찾아보는 광고 만드는 ‘광고계 봉준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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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
B급 유머와 망가지는 스타들… 웃음코드에 팬덤까지 생겨
“홍보 넘어 광고에 스토리 담아… 해보지 않은 웃음 매일 시도”

인터넷 쇼핑몰 \'ssg.com\' 광고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이 신선식품으로 배송할 ‘문어’를 연기하는 장면(왼쪽 사진). 넥슨의 게임 \'V4\' 광고에서 백종원의 얼굴을 다수 합성한 장면. 신우석 감독은 “유명 모델들에게 광고가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남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유튜브 ‘돌고래유괴단’ 화면 캡처
인터넷 쇼핑몰 \'ssg.com\' 광고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이 신선식품으로 배송할 ‘문어’를 연기하는 장면(왼쪽 사진). 넥슨의 게임 \'V4\' 광고에서 백종원의 얼굴을 다수 합성한 장면. 신우석 감독은 “유명 모델들에게 광고가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남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유튜브 ‘돌고래유괴단’ 화면 캡처

요새 광고업계에서는 “광고 건너뛰기 버튼 좀 없어지면 좋겠다”는 푸념이 종종 나온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광고가 뜨면 약 5초만 기다렸다가 재빨리 넘기는 시청자들이 많아서다. 온라인 광고를 만드는 이들에게 시청자들의 광고 체류 시간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 보는 광고를 만드는 제작사가 있다. ‘광고계의 봉준호’로 통하는 신우석 감독(39·사진)이 세운 ‘돌고래유괴단’이다. 이 회사 광고만 따로 검색해 보는 팬덤이 생길 정도. B급 유머가 넘치는 광고에서는 유명 스타들도 여지없이 ‘무너지는’ 장면이 연출된다. 유쾌한 서사에 녹아든 스타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쉴 새 없이 웃게 된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광고에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게 신 감독의 지론이다.

최근 각종 방송 출연 섭외를 마다하고 제작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를 만나러 서울 강남구 돌고래유괴단 사무실로 찾아갔다. 신 감독은 “광고주가 원하는 메시지만 담아 주야장천 얘기하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웃음을 매일 시도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카메라, 의류, 쇼핑몰 등 여러 업종의 광고를 연출한 그는 지난달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공익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주는 청와대. 그는 “난생처음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아 신기했다. 환경 광고라 얘기할 게 많겠다는 생각에 작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시나리오 수정은 안 된다는 그의 요청도 ‘쿨 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이 광고를 본 시청자들은 “B급인 척하는 S급 광고사”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돌고래유괴단에 광고 제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중 제작으로 이어지는 건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광고주가 거액을 제시해도 ‘시나리오와 연출 재량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절대 맡지 않는다’는 그의 철칙 때문이다.

신 감독의 광고가 각광을 받는 요인은 반전과 코미디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을 조금 넘는 길이의 유튜브 광고에서 그의 시나리오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메인 모델인 배우 이병헌이 갑자기 총에 맞아 죽어버린다. 카메라 광고에서 배우 김선호는 바닷가에서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다가 어촌 주민들에게 둘러싸인다. 축구선수 안정환은 한 광고에서 여러 번 죽기도 했다. 지난해 선보인 게임 그랑사가 광고에서는 신구 조여정 유아인 등 유명 배우 10여 명이 초등학생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https://www.youtube.com/watch?v=UPex3HwdlC0) 신 감독은 “완벽한 만큼 무너뜨릴 여지가 많은 유재석, 김연아 씨가 광고모델로 탐이 난다”며 웃었다.

웃음에만 치중하면 본래 목적이 흐려질 수 있지 않으냐는 우려에 대해선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대부분 광고는 그냥 잊혀져요. 웃음이 유일하게 오래 남는다고 믿습니다.”

매년 ‘공개처형’이라는 제목으로 내는 돌고래유괴단의 공개채용 공고도 인터넷 밈으로 돌 정도로 화제다. ‘광고주 자제분’ 혹은 ‘FIFA(축구게임) 고수’ 등의 우대조건이 붙었다. 그는 “2007년 6명으로 시작한 회사 직원이 현재 20명 정도다. 낄낄대며 재미난 얘기를 풀어놓다 보면 웃긴 발상이 나온다. 팀워크와 유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장·단편 영화와 드라마도 준비 중인 그는 “내 것이라는 만족감이 드는 작품 하나만 만들면 몇 살이든 미련 없이 은퇴할 것이다. 단, 축구 ‘덕후’로서 나이키 광고는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광고#신유석#돌고래유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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